‘보습학원 원장의 10세 초등학생 여자 어린이 성폭행 사건’ 판결에 대해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서울고등법원이 17일 이례적으로 해명자료를 냈다. 하지만 양형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성난 여론에 기름을 끼얹었다는 평가다.

논란이 이어지는 사건은 30대 보습학원장인 이모씨가 지난해 4월 채팅 앱에서 알게 된 A양(당시 10세)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 성폭행한 사건이다. 이씨는 음료수를 탄 소주 2잔을 먹인 뒤 A양의 양손을 잡아 움직이지 못하도록 누른 채 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지난 13일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한규현)는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그러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당 판결을 내린 재판장을 파면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이날까지 8만명이 넘는 사람이 동의했다.

재판부를 향한 비난이 커지자 서울고법은 자료를 내고 “검찰이 미성년자의제강간으로 공소장을 변경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무죄가 선고돼야 하는 사안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 따라 직권으로 미성년자의제강간죄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고 덧붙였다.

1심과 2심 형량에 큰 차이가 난 이유는 강간죄에 대한 판단이 달랐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성폭력특별법상 13세미만미성년자강간죄다. 1심은 이씨 행위가 폭행·협박을 동반한 강간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강간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대신 재판부 직권으로 형법상 미성년자의제강간죄를 적용해 유죄로 판단했다. 미성년자의제강간죄는 폭행·협박이 없어도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으면 성립한다.

서울고법은 유일한 직접 증거가 A양의 경찰 진술밖에 없는데 그 진술만으로는 강간죄를 입증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한 A양 어머니 진술은 당사자 진술이 아닌 전언(傳言)이므로 대법원 판례에 따라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해명에도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여성변회 관계자는 이날 “사실관계와 법리검토를 제대로 했다고 가정해도 3년형은 미성년자의제강간죄에서 최저형”이라며 “양형이 너무 낮다는 문제 제기에 대한 설명은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미성년자의제강간죄의 경우 감경·가중요소가 없으면 2년6개월에서 5년을 선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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