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7일 검찰총장 후보자로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사진)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명했다. 고강도 적폐청산 드라이브와 함께 검찰 개혁을 위한 대규모 2차 인적 쇄신을 예고하는 파격적인 발탁이다. 현 고검장 이상 검찰 지도부에 대한 노골적인 불신임, 젊은 검찰상 재정립을 위한 초강수로 해석된다.

윤 지명자는 문무일 현 총장의 연수원 다섯 기수 아래로, 고검장을 거치지 않은 첫 총장 지명자다. 검찰의 기수 문화와 승진 관습을 모두 해체한 인사다. 후배가 총장이 되면 선배들이 옷을 벗던 관례를 따를 경우 19~22기 전국 고검장·지검장 등 주요 보직 20~30명이 한꺼번에 용퇴할 가능성이 있다. 대규모 인적 쇄신이 이뤄지는 셈이다.

문 총장 체제에서도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한 차례 벌어진 바 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6월 당시 이영렬 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의 ‘돈봉투 만찬’ 감찰을 지시했고, 법무부는 이들을 면직처분했다. 이 지검장 후임으로 임명된 인사가 역시 연수원 다섯 기수 아래인 윤 지명자다. 청와대는 고검장급이던 중앙지검장 자리를 지검장급으로 낮추면서까지 윤 지명자를 발탁했다.

다만 당시 청와대는 일선 검사들과 유연한 관계를 맺고 있던 이금로 법무부 차관, 봉욱 대검찰청 차장을 발탁해 완급 조절을 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인사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 평검사회의가 개최되거나 조직적 반발이 있었던 적이 없다. 연착륙에 성공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검찰총장 윤석열’ 카드를 꺼내들어 검찰에 ‘옷 벗을 테면 벗으라’는 시그널을 던졌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검찰 내부에 기수에 따른 관행들이 있기는 하지만 청와대에서 언급할 부분은 아니다. 검찰 내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윤 지명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총장에 임명되면 적폐청산 수사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 그가 최순실 국정농단을 파헤친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팀장이었고,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으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사법농단 수사를 지휘했기 때문이다.

검찰 개혁 부분은 물음표가 남아 있다. 윤 지명자는 공식적으로 검찰 개혁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 그가 “사람이 아니라 조직에 충성한다”고 했던 것처럼 뼛속까지 검찰주의자라면 검찰 개혁에 강경 대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제도적 개혁은 국회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지명자 발탁이 청와대에 양날의 검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윤 지명자는 수사에 있어 “피아(彼我)가 없다”고 밝혀 왔다. 특수수사통인 그가 정권 후반기 권력형 비리 수사로 정권을 겨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여권 내에 없지 않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그런 걸 우려해 인사를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문 총장이 호남에 고려대 출신인 점도 이번 인선에 영향을 줘서 후보로 추천된 4명 중 호남 출신(김오수 법무부 차관)과 고려대 출신(이금로 전 차관)이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지명자는 서울 출생에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윤 지명자는 기자들과 만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많이 도와주시길 부탁드리고 여러 가지 준비를 잘 하겠다”고 밝혔다.

강준구 문동성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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