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당국에 의해 17일 오전 석방된 조슈아 웡이 홍콩 정부 청사 부근에서 캐리 람 행정장관 퇴진을 요구하는 발언을 한 뒤 걸어가고 있다. 2014년 홍콩 우산혁명의 주역인 그는 지난달 구금됐다 이날 조기석방됐다. AP뉴시스

홍콩 정부가 추진하던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처리가 홍콩 시민들의 격렬한 시위로 사실상 무산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중국 정부가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고 강경진압한 홍콩 정부를 적극 지지했지만 결국 시민들의 저항에 ‘백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시진핑의 패배’라고 지적했다. 과거 홍콩 ‘우산혁명’의 주역인 조슈아 웡(22)이 출소하는 등 중국 정부가 민심 수습에 나선 정황도 포착된다. 홍콩 시위는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베이징 소식통은 17일 “시 주석이 중앙아시아 순방으로 우군 확보에 공을 들였지만 홍콩 시위가 격화되면서 상당부분 의미가 퇴색됐다”며 “홍콩 시위가 시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의제로도 부각되면서 시 주석의 입지가 좁아지게 됐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8~29일 G20 정상회의 기간 시 주석과 회동할 때 송환법 및 반대 시위가 이슈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이 미·중 무역전쟁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란 기대도 있었지만 홍콩 시위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중국이 최근 관영 매체를 총동원해 미국을 강력 비난한 것도 사실 G20 정상회의에서 뭔가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절박함의 표현으로 해석되기도 했었다. 따라서 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다면 무역전쟁은 더욱 장기화되고 시 주석의 입지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헌법까지 수정하며 장기집권의 길을 열었던 시 주석이 신중국 창립 70주년을 맞아 최대 위기를 맞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지난주까지 홍콩 시위를 ‘폭동’으로,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며 강경진압을 주문하던 중국 관영 언론들은 이날 홍콩 사태에 일제히 침묵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오히려 홍콩의 번영을 거론했다. 인민일보는 ‘홍콩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 모든 마음을 모아 노력하자’라는 논평을 통해 “홍콩 시민들이 이성을 찾아 평화로운 보금자리를 지키고 홍콩의 번영을 위해 힘을 모으길 바란다”고 밝혔다. 베이징 소식통은 “주말 사이 베이징 최고위층에서 뭔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2014년 홍콩 ‘우산혁명’의 주역인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 비서장이 이날 출소하면서 중국 정부가 본격적인 민심 수습에 나서는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웡은 이날 오전 10시30분 홍콩 라이치콕 구치소에서 출소했다. 웡은 2014년 17세의 나이로 홍콩 행정장관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며 우산혁명 시위를 이끌었다. 당시 기소된 시위 지도부는 수감됐다가 풀려났으나, 웡은 지난 5월에 재수감됐다. 웡은 기자회견에서 “캐리 람 행정장관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그러나 여전히 람 장관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중앙정부는 행정장관과 홍콩 정부의 법에 따른 통치를 계속 확고히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폼페이오 장관 발언에 대해선 “중국 내부 일을 비난하거나 중국 내정에 간섭하려 하면 결연히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4일부터 중국 내 주요 도시에서 완전히 차단됐던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접속도 이날 갑자기 복구됐다. 천안문 민주화운동 30주년과 홍콩 대규모 시위 등이 끝난 데다 과도한 통제를 한다는 비난을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네이버 블로그와 다음 사이트는 여전히 차단돼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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