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양국 정부 관계자들과 만찬 회동을 함께하고 있다. 두 정상은 당시 미·중 무역전쟁을 90일간 휴전하기로 합의했지만 이후 실무협상이 아무런 진전 없이 끝나면서 갈등만 더욱 깊어졌다. 두 정상은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재회할 예정이다. 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격적으로 북한 방문에 나서는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미·중 무역전쟁의 출구를 모색해보겠다는 노림수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 체제의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쉬지 않고 공세를 펴자 대장정 정신과 항미원조전쟁(한국전쟁)까지 거론하며 결사항전 태세를 갖췄지만 어떻게든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다. 게다가 시 주석은 오는 28~29일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장기간 무역전쟁과 비난전으로 미·중 양측에 쌓인 앙금이 워낙 깊어 대화조차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도 시 주석을 향해 공세를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중국은 간절히 협상을 바라지만 훌륭한 합의가 아니라면 아무런 협상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G20 정상회의에서 아무런 성과도 없을 것이란 경고로 해석됐다. 그는 “시 주석이 회담하지 않는다면 3000억 달러(약 354조8400억원) 상당의 중국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도 했다.

만약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기간에 양자 정상회담을 하고서도 무역협상의 물꼬를 트지 못한다면 미·중 무역전쟁은 장기적인 수렁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전쟁이 장기화되면 좀 더 불리한 쪽은 시 주석의 중국이다. 끊임없는 미국의 공세에도 중국이 계속 엄포만 놓는 것도 섣불리 카드를 소진했다가 상황만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멍웨이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대변인은 17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관련 정책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중국 일각에서 미국 국채매각 카드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현실적인 무기로 쓰기는 쉽지 않다. 중국 정부가 거론하는 ‘네거티브 리스트’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북·미 정상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고, 북핵 문제 해결이 진전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현 시점이 오히려 시 주석 방북의 적절한 시점이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 사실 미국이 아무리 대북 제재를 해도 중국의 도움이 없으면 효과를 낼 수 없다는 점을 북한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도 잘 알고 있다. 중국이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쌀 1000t과 비료 16만2000t을 북한에 무상으로 지원했다고 공개한 것도 중국 역할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였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하던 2017년에는 대북 무상원조가 없었다. 대북 쌀·비료 무상원조는 중국 해관총서 통계 형태로 공개됐다. 중국도 미국에 대응할 카드가 있다는 의도적인 경고라는 것이다.

따라서 시 주석이 방북에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향적인 태도를 이끌어낸다면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도 훨씬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시 주석이 꽉막힌 북·미 관계의 실마리를 풀어준다면 ‘관세폭탄 유예’ 등으로 보답하면서 미·중 관계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시 주석은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고 최근 홍콩 시위까지 불거져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 자체가 곤혹스러운 상황이 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이번 방북을 통해 북핵 문제의 전환을 이끌어낸다면 시 주석 본인에게도 활로가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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