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무르시(사진) 전 이집트 대통령이 법정에서 재판 도중 쓰러져 6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이슬람 최대 단체 무슬림형제단 소속인 무르시 전 대통령은 2013년 쿠데타로 실각한 뒤 수감생활을 해왔다. 그의 죽음으로 이집트와 친(親)무슬림형제단 성향인 터키의 관계가 악화하면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얼어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무르시 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 법정에서 증언하던 중 쓰러져 사망했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그는 유리로 만든 감금장치 안에서 5분쯤 발언하다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깨어나지 못했다. 부검 결과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집트 국영TV는 그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무르시 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접촉한 혐의로 재판받던 중이었다. 그는 2012년 이집트 최초의 민선 대통령이 됐다. 하지만 무슬림형제단과 함께 이슬람원리주의 정치를 펴 세속주의자와 시민들의 반발을 샀다. 결국 집권 1년 만인 2013년 압델 파타 엘시시 현 대통령이 주도한 쿠데타로 축출됐다. 실각한 이후에는 수감된 상태에서 연이어 재판을 받았다. 이집트 법원은 이미 무르시 전 대통령에게 반정부 시위대 살해 혐의로 징역 20년, 카타르에 군사기밀을 넘긴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했다.

무슬림형제단은 “이집트 정부가 무르시 전 대통령을 고의로 천천히 살해했다”고 비판하며 지지자들의 시위를 촉구했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도 성명을 통해 “무르시 전 대통령은 6년 가까이 독방에 수감돼 친지들의 접견이 단 세 차례만 허용됐고 변호사나 의사의 접견이 허락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무슬림형제단의 강력한 우군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이스탄불에서 취재진과 만나 무르시를 적극적으로 구명하지 않은 서방세계를 비판하고 엘시시 대통령에게는 “쿠데타로 집권한 폭군”이라고 맹비난했다. 또 “알라가 우리 형제 무르시를, 우리 순교자의 영혼에 안식을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줄곧 엘시시 정권을 비판하고 무르시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해 왔다. 그는 소속 정당인 정의개발당(AKP) 집회에 참석할 때마다 군중을 향해 엄지를 굽히고 네 손가락을 펼쳐 보였다. 무슬림형제단과의 연대를 표현하는 라비아 사인(Rabia sign)이다. 친무슬림형제단 성향인 카타르 국왕 셰이크 타밈 빈하마드 알타니도 트위터에 “무르시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깊은 슬픔으로 받아들인다”며 “그의 가족과 이집트 국민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썼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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