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 종단 대표 “부족했던 자살예방 활동 참회합니다”

생명존중 종교인대회서 사죄 “신앙인들이 더 생기 있고 밀착된 지역 공동체 만들기 노력”

7대 종단 대표와 종교인들이 18일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열린 ‘2019 생명존중 종교인대회’에서 자살예방 활동에 소극적이었던 과거를 참회하며 생명존중문화 확산을 위한 적극적 연대를 다짐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부족했던 자살예방 활동 참회합니다.”

우리나라 7대 종단 대표들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 모여 한목소리로 참회했다. 자살문제를 외면한 채 이웃의 아픔을 보듬는 데 게을렀던 것에 대한 사죄였다. 각 종단 대표들이 참회의 뜻으로 고개를 숙이자 예배당에 자리한 200여명의 종교인도 눈을 감고 함께 머리를 숙였다.

한국종교연합(상임대표 박경조 주교) 생명존중시민회의(상임대표 박인주)가 공동주최한 ‘2019 생명존중 종교인대회’ 현장이었다. 7대 종단 대표들은 이날 ‘생명존중문화 확산’의 소망을 담은 선언문을 낭독했다.

“그 어떤 이유로도 생명가치는 훼손될 수 없습니다. 종교인들은 더 생기 있고 밀착된 지역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생명 살리기, 자살예방을 위한 종교인 선언’ 중)

각 종단 대표들이 선언문을 낭독하자 참석자들은 엄숙한 표정으로 결의를 다졌다. 기독교 358명, 가톨릭 114명을 비롯해 선언에 동참한 7대 종단 683명의 종교인은 “생명존중 문화를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고 교리나 낡은 관행에 얽매여 유가족의 영혼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내기도 했다”고 사죄했다. 이어 “진정한 참회는 행동의 변화”라며 “종교계가 지역사회에서 생명을 살리는 역할을 감당해 ‘자살공화국’이란 오명을 벗을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종교인대회에선 자살 유가족이자 자살예방 게이트키퍼로 활동 중인 김혜정씨가 ‘자살유가족이 겪는 아픔’에 대해 발언했다. 김씨는 “자살유가족은 일반인에 비해 8배, 배우자를 잃고 홀로 자녀를 키우는 자살유가족은 46배나 자살률이 높을 만큼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하지만 여전히 위로의 말보다는 가시 돋친 말을 듣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명을 보살피는 사랑의 힘은 죽음의 힘보다 강하다”면서 “종교계가 앞장서 적극적으로 자살예방 교육을 진행해 생명의 연결망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종교인대회 후 박종화 경동교회 원로목사가 좌장으로 나선 포럼에선 김용휘 전 천도교한울연대 공동대표가 ‘생명 존중과 자살 예방을 위한 종교인의 성찰’을 주제로 발제했다. 김 교수는 “대한민국이 마주한 ‘자살률 최고, 출산률 최저’라는 현실은 생명의 주체가 스스로 삶과 생명의 확장을 거부하는 집단임을 보여주는 것이자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병들어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득불평등과 사회적 양극화로 인해 인격마저 돈으로 평가받는 세태와 관계 파탄이 자살문제의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물질주의에 찌든 사회를 변화시켜 나가는 데 힘쓰는 게 종교인으로서의 역할”이라며 고립된 채 정신적 고통을 받는 이웃을 보듬는 역할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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