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이 결정됨에 따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서 비핵화와 관련해 어떤 약속을 받아내고, 어떤 선물을 안겨줄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의 네 차례 방중에 대한 답방 성격이지만 시 주석의 방북이 취임 후 처음인 데다 국빈방문이어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특히 시 주석은 곧이어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기 때문에 북·중이 미국을 향해 모종의 메시지를 도출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시 주석은 유엔 대북 제재로 북한에 줄 선물이 제한적이다. 인도적 지원이나 ‘북·중 관계 격상’이라는 구호에 그칠 수도 있다.

장롄구이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18일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중 관계의 출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러면서도 “중국이 북한에 대북 제재 완화 약속을 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며 “중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식량·의료 지원을 하는 것은 문제없지만 제재 틀은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첫 방북에 나서는 시 주석의 선물꾸러미는 전임 국가주석들과 비교해 가벼울 수밖에 없다. 2001년 9월 북한을 방문한 장쩌민 전 주석은 식량 20만t과 디젤유 3만t을 북한에 지원하기로 했다. 2005년 10월 후진타오 전 주석 방북 때는 20억 달러 상당의 대북 장기원조를 약속했다. 현재 북·중 사이에서는 대규모 경협 논의가 오고가지만 유엔 제재 탓에 현실적으로 당장 실행은 어렵다.

결국 시 주석은 첫 방북에서 물질적인 도움보다는 북·중 우호관계를 격상시키는 식으로 밀착을 과시하는 선에서 만족해야 할 수도 있다. 리진쥔 북한주재 중국대사가 인민일보 기고문을 통해 ‘신시대 북·중 관계’를 거론하며 분위기 잡기에 나선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리 대사는 기고문에서 “새로운 역사적 시점에서 시 총서기가 김 위원장과 공통 관심사를 심도있게 논의한다”면서 “양 정상이 신시대 북·중 관계 발전의 청사진을 그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는 지역과 세계의 평화·안정·번영에도 적극 공헌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 주석이 자발적인 비핵화 의지를 의심받는 김 위원장에게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킬 만한 답을 받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 주석의 방북이 2박3일이었던 전임 주석들과 달리 1박2일로 급하게 결정된 분위기여서 양측의 사전조율이 긴밀히 이뤄졌을지도 의문이다.

다만 김 위원장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는 등 적극성을 띠고 있어 시 주석에게 모종의 결심을 전했을 수도 있다. 1박2일 국빈방문이 ‘작전타임’ 형식으로 급조됐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시 주석이 무역갈등에서 미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방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바오후이 홍콩 링난대 아태연구센터 주임은 “시 주석이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비핵화 이슈를 압박카드로 또는 중재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며 “만약 시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를 설득해낸다면 스스로 대미 협상력을 높여 미·중 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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