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급 두뇌’가 모인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역량이 초라하다. 연구원 1명이 국제 학술지에 게재하는 논문 건수가 지난해 평균 0.15건에 그쳤다. 국제적으로 평가받는 연구 논문을 7년에 1건 정도 발표하는 셈이다. 특히 국가경쟁력의 뼈대인 과학기술 분야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실적은 전체 평균을 밑돈다.

국제 학술지에 인정받는 사례가 적다는 건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환경 등이 그만큼 국제적 흐름과 단절돼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연구 결과의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연구원들은 일반연구 일정 외에 정부가 발주한 연구용역이 수시로 떨어지다보니 시간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일부에선 나랏돈으로 개인 연구에 집중하는 게 옳지 않다는 반론을 제기한다.

18일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26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들이 국제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은 모두 212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해 부연구위원 이상 1393명의 실적이다. 1인당 평균 0.15건이다. 2016년(0.11건)이나 2017년(0.09건)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국제 학술지에 게재되는 SCI, SCIE, SSCI급 논문은 연구 역량을 평가하는 보편적 척도다.

연구기관별로 보면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이 1인당 0.68건으로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건축과 법제를 담당하는 국책연구기관은 2년 연속으로 1건도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올리지 못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지난해 기준으로 각각 1인당 0.13건, 0.12건의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실었다.

국제 학술지 등재가 부진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연구할 시간이 없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정부에서 수탁한 과제나 정부 요청 연구를 하다보면 여유가 없을 정도로 바쁘다”고 전했다. 개인시간을 할애해봤자 돌아오는 이득이 적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논문 실적이 인사 평가에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리 크지 않다”고 했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SSCI급 논문을 하나 쓰는 것이나 외부 자문위원을 맡는 것이나 평가 점수가 같다보니 공들이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문 편수가 꼭 중요하지는 않지만 외부와 단절돼 있는 게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제 학술지를 목표로 하는 학계와의 공동 연구가 적고 학문 교류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이는 국책연구기관이 내놓은 연구 결과의 신뢰도와도 연결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2015년 내놓은 설악산 케이블카 경제성 분석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당시 국회 국정감사에서 보고서의 신뢰도를 둘러싼 야당의 집중 포화가 이어졌었다. 하지만 개인 연구를 권장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도 공존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세금으로 개인 연구를 하느냐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KDI 관계자는 “연구기관과 학교는 상황이 다르다”고 못을 박았다.

세종=신준섭 전슬기 전성필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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