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는 지방자치단체 측이 수계(가정까지의 물 공급 관로)를 무리하게 변경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시는 수계 변경 직후 수질 오염을 확인한 뒤에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아 사태를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태 발생 초기 환경부가 해결을 위해 배수 작업 참여를 제안했지만 인천시 측은 이를 반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돗물 정상 공급은 22일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김영훈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은 18일 정부세종청사 기자회견에서 “사고 발생의 직접적 원인은 무리한 수계 전환으로 파악됐다”면서 “수계 전환 시 충분한 시간을 두지 않고 10분 만에 밸브를 개방하면서 유속이 2배로 급증했고, 이 때문에 송수관 벽에 부착되어 있던 물때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사전대응 시나리오가 미흡했던 점과 함께 정수지 탁도계가 고장나 정확한 탁도 측정이 이뤄지지 않았던 점도 사태가 장기화된 이유로 꼽았다. 사태 발생 이후에도 이물질이 포함된 물을 배수하지 않는 탓에 인천 관내, 나아가 영종도 지역까지 피해가 확산됐다.

인천시 측이 제대로 초동조치를 취하지 않고도 환경부의 직접 개입을 수차례 반려한 정황도 취재 결과 추가로 드러났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배수 작업이 우선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해 지난 10일 소방공무원 투입을 제안했지만 인천상수도사업본부 쪽에서 자신들이 지역업체를 총동원해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답해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호언장담 뒤 이틀이 지나도록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기에 (환경부 산하) 한국수자원공사 직원을 배수에 참여시켜 달라 제안했지만 그 대신 옥내배관 청소만 허락했다”고 덧붙였다. 정체수역 배수 작업이 지연되면서 사태는 장기화됐다. 책임부서인 인천상수도사업본부 급수과는 이날 수차례 통화시도에도 연락을 받지 않았다.

인천시는 이날 1차 책임자인 김모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장과 이모 공촌정수사업소장을 직위해제했다. 인천 검단신도시·검암지역 맘카페 운영진과 인천서구평화복지연대 등은 김 본부장 등을 상대로 20일 검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주민들은 김 본부장을 아예 파면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제기했다.

박정환 평화복지연대 사무국장은 “인천시와 상수도사업본부는 10시간 걸릴 수계 전환을 10분 만에 하고 탁도계 고장 등도 늦게 알아 결국 정수장의 오염을 유발했다”며 “그동안 주민들에게 사태의 원인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고, ‘(물을) 마셔도 괜찮다’는 무책임한 말만 해 주민들의 피해만 키웠다”고 주장했다.

현재 인천 지역 수돗물은 수질검사상 ‘음용’ 기준을 만족한다. 하지만 환경부는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음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 밝혔다.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마시는 것은 완전히 안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주민들 사이에선 “수질 기준을 만족해도 붉은 수돗물이 나왔다”는 증언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일 인천광역시보건환경연구원에 수질검사 의뢰를 한 주민은 “구리, 철 등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고 아연은 기준치 3 이하인 0.004가 나왔다”며 “망간도 ‘0.05 이하’라는 기준치보다 낮은 0.029에 그쳤지만 물은 계속 붉었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준치 이하이긴 하지만 붉은 물이 검출되는 만큼 음용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상수도 관리 시스템을 보완하고, 지자체의 관리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법상 인천 지역 상수도는 ‘지방상수도’에 해당해 지자체가 산하 상수도본부를 통해 직접 관리한다. 환경부 산하 수자원공사는 광역상수도에 해당하는 시·도지역 상수도를 맡고 여기에 관리 역량이 모자란 일부 지역의 지방상수도를 위탁받아 관리한다. 때문에 긴급한 사태라 해도 환경부가 지자체의 허가 없이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현인환 단국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둘째가는 광역시인 인천에 상수도 관리 능력이 없다는 건 그만큼 역량을 기르기 위한 투자가 없었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지자체의 역량을 키우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태훈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자체 역량 강화는 물론 긴급상황일 경우 중앙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효석 최예슬 기자 promene@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