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 감사에서 적발된 회계부정·비리가 1367건, 적발된 금액이 2624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학 총장 이사장 등이 학생으로부터 걷은 등록금으로 유흥주점이나 골프장에서 쌈짓돈처럼 써온 사례들도 공개됐다. 사립유치원 비리 파문 때처럼 사회적 공분이 일어 사학 개혁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박용진(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아 18일 공개한 ‘사학비리 현황’에 따르면 역대 교육부와 감사원 감사를 통해 적발된 회계부정·비리 사례는 1367건 2624억4280만원이었다. 박 의원은 “교육부가 각 대학에 설립 이래 적발된 횡령 및 회계부정 건수를 자체 제출해 달라고 요청해서 받은 자료다. 일부 대학은 감사 적발 사항이 있는데도 ‘해당 없음’이라고 제출, 실제 비위 실태는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구체적 사례를 공개했다. A대학 총장은 학교법인카드로 90회에 걸쳐 골프장 비용 2059만원과 미용실 비용 314만원을 썼다. 이 대학 교직원들은 183회에 걸쳐 유흥주점에서 1억5788만원을 사용했다. 등록금으로 조성되는 교비회계에서 3억9709만원을 학교운영경비 명목으로 인출, 불분명한 용도로 사용하기도 했다. B대학 이사회는 이사장 며느리가 소유한 아파트를 학교법인에 총장 관사 명목으로 비싸게 사들여 1억2000만원의 부당차익을 챙기도록 했다.

C대학은 교직원 352명이 격려금 명목으로 100만원씩 나눠 받고, 병원 및 협력업체 직원 4632명도 30만원씩 받은 사실이 적발됐다.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 위반이다. D대학은 규정에 없는 휴대전화 보조금을 4년간 3400만원을 교직원들에게 지급하다 적발됐다. E대학은 법인 이사장에게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매달 100만원씩 3년간 3600만원을 챙겨줬다. 법인차량 유지관리 비용 4800만원을 교비에서 집행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비위 사실이 적발되더라도 처분은 대부분 주의 경고 수준으로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며 “2018년 기준으로 전국 4년제 대학 전체 예산 18조7000억원 중 53.1%가 등록금 세입이고, 15.3%가 국고 지원 금액이다. 사학비리를 더는 개인 일탈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의 이번 토론회는 사립유치원 비리 폭로를 연상시킨다. 박 의원은 지난해 사립유치원 비리를 폭로했고, 이후 사립유치원 비판 여론이 형성돼 교육부의 유치원 개혁 작업이 탄력을 받았다.

박 의원이 이번에는 사립대학에 포문을 연 것이다. 마치 교육부 움직임에 호응하는 듯한 움직임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하반기에 사학 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사학비리·부패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특별 신고 기간을 운영하고 있으며, 시민감사관제도 도입했다.

박 의원의 이번 폭로가 폭발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사립유치원 비리 폭로 때는 비리유치원 명단이 처음으로 실명 공개됐다. 일부 교육청이 간혹 감사 결과를 실명 공개했지만 전국 단위로 공개된 적은 없었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다니는 유치원에 비리가 있다는 걸 실감했고 직접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사립대 감사 결과는 대부분 실명 공개돼 왔다. 새로운 내용이 아니어서 파장이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정부는 집권 초부터 사학비리에 관심을 보였지만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직후 교육부에선 ‘사학감독국’(가칭)이란 별도 기구를 논의했다가 포기했다. 노무현정부 당시 사학법 파동의 트라우마 때문이란 해석이 교육부 안팎에서 나왔다. 이번 박 의원의 폭로가 생명력을 가질지는 정부의 사학개혁 의지에 달렸다는 관측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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