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에 대해서는 진영을 불문하고 엄정한 조치 내려야
혁신성장과 함께 분배 개선도 당당하게 내걸고
현실성 있는 정책 패키지로 승부하길
일자리 문제 해결하려면 노동시장 이중구조
혁파와 노사관계 개혁 병행해야 한다


희망찬 기대와 높은 지지를 등에 업고 출범한 현 정부가 3년차에 들어섰다. 아직 임기 과반의 시간이 남아 있지만 한 일보다는 해야 할 일이 더 많고 무거운 것 같다. 그동안 적지 않은 노력과 성과도 있었지만 도처에서 도전에 직면해 있고 사회갈등은 오히려 증폭될 뿐만 아니라 심히 우려되는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임기 마지막 해처럼 느껴진다는 청와대와 여당 인사의 고백 무대에는 바로 이러한 상황이 배경막으로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지지도가 반 토막이 났지만 시공(時空)을 감안하여 비교해 볼 때 현 정부에 대한 지지는 여전히 괜찮은 편이다. 지금까지의 실적에 대한 평가보다는 기대를 거두기에 아직 이르다는 판단이 좀 더 크게 작용한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렇다고 한다면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정부가 이쯤에서는 흘러내린 바지춤을 일단 추스르고 보아야 할 것이다. 뛰지 않고 걷는다 하더라도 바지 허리끈만큼은 단단히 졸라매야만 ‘나라다운 나라’의 품위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촛불타령’부터 그만두어야 한다. 날이 밝았다고 하면서 여전히 촛불에 의존해 길을 가겠다고 한다면 그야말로 ‘웃픈’ 소리다. 지난날 국정농단의 어둠 속에서 ‘행동하는 양심’의 촛불은 ‘양손 민주주의’와 ‘준법 항거’로 빛을 발했고 현 정부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현 정부는 명분과 핑계 사이를 자의적으로 오가며 촛불을 배타적으로 장악해 빛보다는 열을 뿜어온 탓인지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는 어둠이 걷히지 않고 있다. 이 어둠은 촛불로는 밝힐 수 없는데 타령만 하다 아까운 시간 다 놓칠 수는 없지 않은가. 촛불은 주인에게 돌려주고 디오게네스의 등불을 밝혀야 할 때이다. 그래야만 속 좁은 ‘마이웨이’에서 벗어나 ‘함께하는’ 대로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초점이 어디에 맞추어져 있는지 헷갈릴 정도로 많은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실제 정부는 일자리가 국정 제1과제라고 했다가 적폐정산이 최우선이라고 선언하는가 하면 경제를 운위하며 소득주도성장을 전면에 내세우기도 하였다. 모두가 중요한 과제이니만큼 형식적인 우선순위는 문제 삼을 필요조차 없지만, 그동안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이 모두가 이대로는 곤란하고 반드시 추스르고 가야 할 사안임이 분명해진다.

먼저 적폐청산부터 보자. 적폐청산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실제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는 문제가 없지 않았다. 획일적으로 ‘완장부대’를 내려보내 적폐를 발굴하다시피 한 방식은 옥석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거나 국가기밀의 폭로 내지는 노출 등과 같은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적폐에 대한 응분의 사법적 조치는 물론이지만 이들의 활동에 대해 제기된 문제 역시 엄중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정치(적) 집단이나 패거리에서 자행된 비리에 대해서는 진영을 불문하고 엄정한 조치가 내려져야만 적폐청산의 역사적 의의가 훼손되지 않을 것이다.

민생으로 눈을 돌려보면 그동안 ‘희망고문’에 시달려 온 셈이다. 더 늦지 않게 정부는 정책기조부터 전환해야 한다. 경제성장과 분배개선을 한꺼번에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어설픈 소득주도성장으로 담으려고 한 것부터가 문제였다. 성장은 성장대로 소홀히 되고 분배는 분배대로 악화된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문제의 핵심은 분배를 분배라 부르지 못하고 성장으로 과대포장한 데에 있다. 낙수효과가 자동적으로 발현되지 않듯이 분수효과 역시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혁신성장과 더불어 분배개선을 당당하게 내걸고 슬로건이 아닌 현실성 있는 정책패키지로 승부해야만 한다.

혁신성장과 분배개선의 핵심고리는 노동개혁 즉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혁파이다. 이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있어서도 필수불가결하다. 세금으로 일자리 만들기는 너무나 쉽지만 지속가능성이 없는 데 반해 노동개혁 자체는 어렵지만 지속적으로 일자리의 양과 질을 높여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노사관계의 이중구조와 같은 동전의 양면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일자리를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구조개혁만이 아니라 노사관계의 개혁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도 기존의 일자리 정책체제는 일원화·단순화의 방향으로 과감하게 개편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남은 시간이 적지만은 않다. 촛불타령을 그만두고 대신에 디오게네스의 등불을 들어라. 대통령이 촛불타령을 선창하거나 장단 맞추면서 ‘하던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해서는 안 된다. 등불 밑이 어두운지부터 먼저 살피고, 촛불타령이 들리지 않는 데까지 구도자의 심정으로 길을 찾아 나서라.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다운 나라, 품격 있는 나라로 나아가는 길을.

김대환 (인하대 명예교수·전 노동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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