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투키디데스 함정’이 종종 언론에 등장한다. 세계 도처에서 주도권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대결구도를 설명할 때 쓰이는 말이다. ‘예정된 전쟁’의 저자인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미·중이 17번째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이 말은 기원전 5세기 지중해 패권을 쥐고 있던 스파르타와 급부상하고 있는 아테네가 격돌한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발발 원인을 기술한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의 역사서를 분석한 뒤 앨리슨이 정의한 개념이다. 신흥 강대국이 세력을 확장하면 기존 강대국이 두려움을 느끼면서 구조적 갈등이 생기고 전쟁도 발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앨리슨은 지난 500년 동안 전 세계에서 투키디데스 함정이 16차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그중 제1·2차 세계대전을 비롯한 12차례가 전면전으로 이어졌고, 미·소냉전을 포함한 4차례만 전쟁으로 비화하지 않았다. 신·구 강대국이 충돌하면 전쟁으로 악화될 확률이 75%에 달하는 셈이다.

미국과 중국은 여러 분야에서 맹렬히 싸우고 있다. 미·소냉전은 군사안보 분야에 국한됐지만 미·중 대결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이미 양국의 관세전쟁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관세 폭탄 차원을 넘어 경제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 화웨이를, 중국은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를 압박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민의 미국 여행 자제령과 유학 경계령도 내렸다.

미국의 공세가 지속되면 중국은 미국 국채를 대량 매각하고 희토류 수출을 금지할지 모른다. 미·중 경제전쟁이 격화하면 양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대만, 한반도,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이 미·중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확대정상회담을 갖는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파국을 막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무조건 상대방의 굴복이나 양보를 강요하다가는 세계적인 경제·군사 위기를 초래할 뿐이다.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이라고 하지만 중국이 배수진을 친다면 양국은 돌이킬 수 없는 나락에 빠질 수 있다.

염성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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