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위험한 발언을 했다. 대권을 노리는 정치 지도자가 했다고 믿기 힘든 말이었다. 민생투어 차원에서 부산 상공회의소를 찾아간 그는 중소·중견기업 대표들로부터 외국인 근로자 임금에 대한 민원을 들었다. 최저임금이 높아지니 외국인 근로자 임금도 높아져서 어렵다는 얘기였다. 황 대표는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기여해온 것이 없다. 그런 외국인에게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 수준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 한국당은 법 개정을 통해 적극적으로 외국인 근로자 임금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내국인과 외국인은 임금에서 분명한 차등을 둬야 하며 국적에 따른 차별을 아예 법률로 못 박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내국인이 꺼리는 저임금 일자리에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하던 기업이 그들의 임금마저 높아져 겪는 고충은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그 해법으로 ‘국적 차별’을 꺼낸 발상은 황당하다. 이런 차별이 얼마나 치명적인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지 우리는 뼈저리게 경험했다.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던 젊은이가 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고, 충남 태안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김용균씨가 사망했다. 두 사람 다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이었다. 배경을 들춰보니 신분에 따른 임금 차별로 위험의 외주화가 만연해진 탓이어서 그것을 막자고 ‘김용균법’을 만든 게 불과 반년 전이다. 이 법이 만들어진 논리를 들이대면 황 대표가 주장한 국적에 따른 임금 차별은 이제 비정규직 대신 외국인에게 위험을 외주화하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이런 국적 차별을 법제화했다가 거꾸로 한국인이 외국에서 부당한 차별을 당할 때는 어떻게 대응하려 하는가. 황 대표는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기본 가치는 옳지만…”이라며 전제를 달았다. 차별은 없어야 하는데 외국인 임금차별법은 필요하다는 모순된 주장은 우리가 믿어온 가치를 우롱하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현행법과 국제협약에도 배치된다. 근로기준법 6조는 ‘국적을 이유로 근로조건에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했고, 국제노동기구 협약 11호도 국적에 따른 임금 차별을 금지했다. 여러 자유무역협정을 위반할 소지도 있다.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었다.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