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아트 바젤’에서 스위스 바젤 역사박물관에 전시된 브라질 작가 안토니오 오바의 작품. 14세기 수도원 교회를 개조한 전시공간의 성격에 맞게 이 작품은 교회의 역할에 대해 질문한다.

지난 15일 스위스 바젤 시내의 14세기 수도원 교회. 지금은 역사박물관으로 사용하는 이곳에 방문객들이 삼삼오오 찾아들었다. 바로크 교회의 제단화를 연상시키는 금박의 삼면화를 보기 위해서다. 번쩍거리는 금박 위로 무릎을 꿇은 흑인이 그려져 있고 바닥엔 흑인을 은유하는 검은 석탄을 깔아 놓은 이 설치 미술은 브라질 작가 안토니오 오바(36)의 작품이다.

11~16일 열렸던 세계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 바젤에서 ‘파쿠어(Parcours)’ 섹션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69년 역사의 아트 바젤에는 페어의 꽃인 갤러리 섹션 외에 거대 설치작품의 뷔페 격인 언리미티드, 개인전 형식의 스테이트먼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이 가운데 파쿠어는 올해 10회째의 신생 프로그램이다. 아트 바젤 행사장인 메세플라츠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뮌스터플라츠 인근에 작품이 산재해 있다. 박물관, 광장, 계단 등 바젤 시내 공공 공간에 조각과 퍼포먼스 등을 선보이는 일종의 ‘장소 특정적 미술’이라 할 수 있다.

교회에 설치한 오바의 작품은 아프리카 노예의 복음화 과정에서 신앙의 이름으로 행해진 흑인 착취의 역사를 비판한다. 미국 작가 카이틀린 케오흐(37)는 바젤 시립극장 옆 계단에 회화를 부착했다. 옆에는 유명한 장 팅겔리의 키네틱 분수가 움직이며 물을 뿜어내고 있어 회화의 이미지를 더욱 분산시키는 효과를 냈다. 지도를 보며 10분 정도 더 걸어 찾은 고미술품박물관에서는 고대 유물 사이에 숨은 작품을 찾아 숨바꼭질하는 기분을 맛볼 수 있었다. 프랑스 작가 로랑 그라소(47)와 벨기에 작가 그룹 요스 더 흐롸이터(53)와 헤럴드 테이스(54)가 고대 석상 등 유물 사이에 엇비슷하게 생긴 자신의 작품을 슬쩍 끼워 넣었기 때문이다.

올해 파쿠어 섹션 주제는 ‘조각품 되기의 불가능성’이다. 그래선지 초청된 20명(팀)의 작품은 하나같이 조각의 개념을 파괴한다. 아트 바젤 파쿠어 섹션은 작품이 전시된 장소와 어울리고, 거리 곳곳에 숨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다는 점에서 10년마다 독일 소도시 뮌스터에서 열리는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를 연상시킨다. 그러면서도 아트페어답게 상업성을 포기하지 않는 점도 놀랍다. 바젤 시내 뮌스터플라츠에 설치됐던 쾨니히갤러리 전속 작가 카밀레 헨롯(41)의 청동 조각이 30만 유로(약 3억9500만원)에 팔린 것이 그 예다.

초청 작가는 하산 샬리프(68) 같은 중견도 있지만 대다수가 30~40대 초반 신진 작가들이다. 바젤에서 만난 대구 신라갤러리 이광호 대표는 “메인 행사장이 거장들의 작품을 판다면 야외에서 열리는 파쿠어 섹션은 신생 작가들의 재기발랄한 작품이 많아서 미술계의 미래 트렌드를 내다보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바젤=글·사진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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