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민들이 어선을 몰고와 삼척항에 접안한 사건을 보면서 안보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관계 당국의 은폐와 거짓말 의혹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당초 군과 해경은 삼척항 인근에서 북한 어선이 기관 고장으로 표류하는 것을 우리 어선이 발견해 신고한 것처럼 언론에 흘렸다. 해상 경계에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었다. 북한 어선은 귀순을 목적으로 14일 오후 9시쯤 삼척항 동쪽 3.7∼5.5㎞까지 항해한 뒤 엔진을 끈 상태로 대기했다. 야간에 해안으로 접근할 경우 군의 대응 사격이 있을 것으로 우려해 날이 밝기를 기다린 것이다. 북한 어선은 15일 오전 6시20분 삼척항 방파제 인근 부두에 접안했다. 북한 어민들은 배를 줄로 묶어 정박시켰다. 오전 6시50분쯤 산책을 나온 주민이 발견하고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고 북한 어민들은 “북한에서 왔다”고 답변했다. 이 주민은 112에 신고했다. 북한 어민 4명 중 2명은 방파제로 올라와 있었고 이 중 1명은 “서울에 사는 이모와 통화하고 싶다”며 휴대전화를 빌려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군·경은 북한 어선이 동해상에서 표류했던 것처럼 모든 언론이 보도해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표류하다 발견된 것과 북한 어민들이 의도적으로 배를 몰고 들어와 육지까지 올라온 것은 차원이 다르다. 경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거짓 정보를 흘리고 사실을 은폐한 것으로 보인다.

군은 15일 새벽 해안감시 레이더로 이 배를 포착했지만 파도로 인한 반사파로 착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또한 신뢰하기 어렵다. 아예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해상에는 경비함이 있었고 P-3C 초계기가 초계활동을 펴고 있었다. 목선이어서 탐지가 어렵다고 하나 길이 10m, 폭 2.5m, 무게 1.8t으로 28마력의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북한 어민 중 2명은 인민복과 얼룩무늬 전투복을 입고 있어 북한 주민임을 쉽게 식별할 수 있다. 군은 북한 어선을 폐기했다고 발표했다가 현재 동해 1함대에 보관돼 있다고 번복하기도 했다. 경계에 실패하고 국민들까지 속이는 군·경을 신뢰할 수 있을까. 보안을 명분으로 걸핏하면 사실을 감추거나 거짓말을 하는 고질적인 행태가 있다면 일벌백계로 뿌리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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