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이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영원히 새롭게 출현하는 것들’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요즘 가장 각광받는 미디어는 유튜브이다. 그다음에 어떤 매체가 주류가 될지 묻는다면?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49)은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강연 ‘영원히 새롭게 출현하는 것들’에서 “유튜브 다음에 뭐지 했을 때, 내가 종이책이라고 하면 의아해할 수 있지만 나는 사람들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에 배고파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책의 고유한 물성이 사람들을 위로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모니터 속에 존재하는 이미지의 총합이 아니라 손으로 만질 수 있고, 감촉이 있는 매체를 그리워하지 않냐”며 “사람들은 책처럼 밑줄을 긋고 뒤집어서 두기도 하고 가방에서 꺼내기도 하고 집에 꽂아놓고 20번 30번씩 반복해서 읽을 수 있는, 그런 매체를 그리워한다”고 했다.

그는 책은 누군가의 내면으로 인도하는 문이라고도 했다. “인공적으로 오감을 자극하는 증강현실(VR)의 시대가 된다고들 하지만 VR로 누군가의 영혼 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면서 “문학작품은 어떤 사람의 내면의 끝까지 들어가 볼 수 있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이렇게 종이책과 문학의 미래를 낙관했다. “우리 세대가 죽고 다른 세대가 태어나면 모든 사람이 공유하던 주제인 인간의 삶과 죽음, 고통, 사랑, 슬픔, 그 모든 것이 결국 인간에게 새로운 주제로 다가온다. 그래서 문학은 영원히 새롭게 출현할 수밖에 없다. 종이책도 마찬가지로 계속 출현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독서를 좋아한다. “책을 읽고 나면 뭔가 강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몰아서 읽을 때 부스러졌던 부분이 모아지는 느낌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한강은 책을 어떻게 고를까. 그는 “몇 초 안에 직관적으로 선택한다. 본능적으로 나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책인지를 본다. 더 생각해봐야겠다 싶은 책은 목차를 본다. 궁금하면 첫 페이지를 읽는다. 그럼 이 책을 사야겠다, 말아야겠다는 판단이 내려진다. 이런 책을 읽는 순간이 되게 좋다”며 미소 지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