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13일 국무부 청사에서 호르무즈해협 인근 오만만에서 발생한 대형선박 피격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내부에서 대(對)이란 정책 방향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대외정책 주도권을 장악한 초강경파가 이란 핵개발을 단념토록 한다는 근본 목표를 망각한 채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만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만해 유조선 피격 사건을 ‘아주 사소한 일(very minor)’로 치부하는 등 핵심 참모진과 엇갈리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란 또는 친이란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미군 인원이 단 한 명이라도 사망할 경우 곧바로 군사적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메시지를 이란 지도부에 보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란에 협박성 메시지를 보낸 시점은 지난달 초다. 당시 독일을 방문 중이던 폼페이오 장관은 이란이 미군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이라크를 긴급 방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라크 지도자들과 면담한 자리에서 ‘미군 사망자가 단 한 명이라도 나오면 반격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자기 발언이 이란 지도부로 옮겨질 것임을 간파하고 의도적으로 초강경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 사태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국방부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이 지난해 말 사임한 이후 반년 넘게 대행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국방부가 리더십 공백을 겪는 사이 백악관과 국무부 강경파들이 군부를 좌지우지하며 이란과의 군사적 긴장을 높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게다가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까지 가정폭력 의혹으로 낙마하면서 이런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정책은 ‘슈퍼 매파’로 통하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장악하고 있다고 미국 관리들이 전했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모든 정보를 통제하고 있으며 백악관 상황실에서 열리는 고위관리 회의도 거의 열지 않는다고 한다. 때문에 국무부와 국방부 관리들은 이란 정책을 둘러싼 내부 논쟁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전쟁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재선 출정식에서 이란을 “세계 최악의 테러지원국”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우리는 중동의 안정과 평화를 향한 길을 개척하고 있다. 왜냐하면 위대한 국가는 끝없는 전쟁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상황이 온다면 확실히 전쟁에 나설 것”이라면서도 “다른 사안과 관련해서는 물음표를 남겨두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타임은 “미 국방부와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그동안 내놨던 입장과는 결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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