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이 과거 가정폭력에 휘말렸다는 의혹이 제기돼 자진 사퇴했다. 지난해 12월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이 전격 사임한 이후 미 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국방장관직의 공백은 반년 넘게 이어지게 됐다. 후임 장관 대행으로는 대중 강경파로 알려진 마크 에스퍼(55) 육군장관이 임명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훌륭하게 일해 온 섀너핸 대행이 가정에 더욱 헌신하기 위해 장관 인준 절차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에스퍼 육군장관이 신임 국방장관 대행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섀너핸 대행도 성명에서 “국방장관을 맡으면 큰 영광이겠지만, 좋은 아버지가 되는 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섀너핸 대행은 9년 전 그가 가정폭력에 연루됐다는 언론 보도가 연이어 나온 직후 사임을 표명했다. USA투데이는 섀너핸이 지금은 이혼한 전처 킴벌리 조딘슨과 2010년 8월 술에 취해 말다툼을 하다가 서로를 폭행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조딘슨이 자녀와 언쟁을 벌이다가 분을 참지 못하고 잠을 청하던 섀너핸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려 경찰에 입건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조딘슨은 섀너핸의 옷가지를 모두 불태우려는 시도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조딘슨은 당시 섀너핸이 자신의 배를 때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딘슨은 추수감사절 때 섀너핸과 자녀들이 자신의 정성을 알아주지 않는다며 준비한 음식을 모조리 던지기도 했다.

막장으로 치닫는 결혼생활을 견디지 못한 섀너핸 대행과 조딘슨은 결국 이혼했고, 자녀 양육권은 조딘슨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가정폭력은 계속 발생했다. 2011년에는 두 사람의 17세 아들이 조딘슨을 야구방망이로 가격해 기소됐다. 당시 조딘슨은 과다출혈로 의식을 잃을 지경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섀너핸은 그러나 아들의 폭행은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고 WP는 보도했다.

섀너핸 대행은 보도가 나온 이후 “좋은 가족에게도 나쁜 일은 일어날 수 있다”며 “가정폭력 사건을 들추는 건 내 아들의 인생을 망칠 것”이라고 WP에 호소했다. 섀너핸은 또 “세 자녀들이 더 이상 트라우마를 겪지 않기를 바라며 사퇴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전처를 폭행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나는 절대 손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신임 국방장관 대행에 오른 에스퍼 장관은 대중 강경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그는 중국의 군사적 부상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 그가 국방장관 대행에 오르면 미 안보정책은 중국과의 경쟁에 더욱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스퍼는 지난 4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다소 뒤늦게 중국과 전략적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고 인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여년 전부터 중국 문제가 나의 우선 관심사”라고 밝힌 바 있다.

에스퍼 장관은 북한에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3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미국에 긴급한 위협 중 하나는 북한”이라며 “2025~2035년에는 러시아, 그 이후에는 중국이 가장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한 에스퍼 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육사 동기로 2017년 11월 육군장관으로 임명됐다. 미 언론들은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방장관직의 공백기가 예상보다 길어지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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