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암병원 유방암센터 박우찬 교수(오른쪽 두번째)팀이 유방암 절제수술을 하고 있다. 유방암은 우리나라 여성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이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한국유방암학회가 지난해 발표한 ‘2018 유방암백서’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발생한 국내 여성 유방암 신규 환자 수는 총 2만2468명이었다. 2000년 대비 약 3.6배가 늘어난 숫자다. 하지만 이들 10명 중 약 6명(59.6%)은 2016년 기준으로 발암 단계인 0기 또는 1기에 유방암을 발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유방암을 완전 극복, 치료 후 정상인으로 살게 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다.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유방암센터 박우찬 교수(유방외과)는 23일 “정기 건강검진의 생활화와 더불어 발암 초기에 유방암을 조기 발견, 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생존율도 계속 높아져 암 치료 후 삶의 질 관리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1988년 가톨릭의대를 나온 박 교수는 여의도성모병원 외과 과장을 거쳐 현재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유방암센터장 및 유방외과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방암·갑상선암 수술과 내분비치료 분야에서 기초 및 임상 연구 논문을 다수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했다. 그 공로로 한국유방암학회와 대한갑상선학회가 주는 학술상을 각각 수상했다. 박 교수에게 유방암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물어봤다.

-유방암 발생 빈도는?

“국가암등록본부 통계에 따르면 유방암은 한국인 여성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이다. 여성암 1위에 올라있다.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암 환자 23만 명 중 여성 환자가 11만 명이었고, 이중 9.5%인 2만1839명이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국내 유방암 환자 수는 지난 2005년 이후 연평균 4.5%씩 증가하고 있다.

부위별로는 젖을 배출하는 통로인 유관에서 생기는 침윤성 유관암이 전체의 70%, 젖을 만들어내는 소엽에 생기는 침윤성 소엽암이 약 10% 비율로 발견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갱년기인 40~50대 유방암 환자가 많다. 60~70대 폐경기 환자가 흔한 미국 등 서구와 다른 점이다. 우리나라도 이 추세를 쫒아가는 형국이다. 머잖아 미국 등과 비슷한 분포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식생활 습관의 서구화와 운동 기피가 낳은 부작용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치밀 유방일수록 암 발생 위험이 높다고 들었다.

“서양인의 경우에만 그렇다. 치밀유방이란 지방조직이 적어 유선이 밀집된 형태의 유방을 가리킨다. 유방이 큰 서양 여성의 경우 유선 사이에 지방 조직이 많다. 따라서 유선의 분포는 물론 뜻밖의 혹이 생겨도 쉽게 구별이 된다.

반면 동양인은 상대적으로 유방의 크기가 작고 지방조직도 많지 않아 치밀유방이란 이유만으로 이상 여부를 판단하는데 조금 어려움이 따른다. 치밀유방이라도 검사결과 정상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여성은 치밀유방일 경우 유방X선 촬영에 이어 초음파 검사를 추가해 다른 문제가 없는지 더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유방에 암이 생기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 따라서 정기검진을 하지 않으면 초기에 발견할 길이 없다. 암이 조금 더 커지면 통증 없는 혹으로 감지되기 시작한다.

사실 유방의 통증은 대부분 암과 관련이 없다. 멍울 같은 촉감이 없는 유방 통증은 체내 호르몬의 변화나 그때의 몸 상태를 반영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유두에서 피가 나오는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유방암과 관련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발암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또 진행성 유방암의 경우엔 유방 피부가 오렌지껍질처럼 두껍게 변하기도 하고, 일부분이 안쪽으로 피부가 당겨져 울퉁불퉁 함몰된 모습을 나타내기도 한다.”

-정기검진을 시작해야 하는 시기는?

“30대부터다. 다달이 생리 후에 유방자가검진을 실시하고, 40대에 들어서면 매년 정기적으로 유방암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물론 유방암 가족력이 있거나, 유방암 유전자 변이를 가진 고위험군은 검진 시작 시기를 이보다 더 앞당겨야 한다.

촉진 등 진찰만으로 유방에 생긴 혹이 악성인지 여부를 알기는 힘들다. 검사가 필요한 이유다. 크게 X-선을 이용하는 유방촬영술과 초음파 기기를 이용하는 유방초음파검사,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치료는 어떻게 하는지?

“3기 이하 유방암은 수술이 원칙이다. 유방을 벗어나 다른 부위로 번진 4기 이후엔 사실상 수술이 어렵다. 이때는 항암화학요법 등 전신적인 치료가 우선이다. 물론 항암화학요법이나 내분비요법을 먼저 시행해 일단 암의 크기를 줄인 후 수술을 하기도 한다.

수술은 여성성의 상징인 유방을 가능한 한 보존해주는 방향으로 이뤄진다. 불가피하게 유방을 모두 절제해야 하는 경우에도 환자 측과 수술 전 협의를 통해 암 절제 수술과 동시에 유방을 복원하는 유방재건 성형수술을 시행한다. 최근에는 종양 조직 표본을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시행, 재발 위험도를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수술 전후 화학요법을 시행할지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불필요한 치료로 고통을 가중시키지 않기 위해서다.”

-치료 후 재발 위험은?

“보통 암의 재발 위험 또는 완치율은 5년 상대생존율로 비교한다. 같은 연령대 비슷한 일반인과 암환자의 생존율을 비교하는 방법이다. 유방암의 5년 평균 상대생존율은 92% 이상이다.

재발 위험은 병기에 따라 다르다. 대부분 5년 이내 나타나지만, 5년 뒤에도 재발할 수 있는 게 유방암이다. 특히 호르몬 수용체 양성인 경우 호르몬 수용체 음성 유방암에 비해 5년 내 재발 위험성이 낮은 반면 5년 이후 재발 위험은 되레 더 높아져 5%나 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특정 유전자 변이가 있을 때도 발암 및 재발 위험이 높아진다고 하던데?

“대표적인 것이 BRCA1, BRCA2라는 유전자다. 유명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이 유전자 변이를 가졌다는 이유로 멀쩡한 가슴을 도려내고 대신 보형물을 심는 유방재건 성형수술을 받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유전자는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는 것으로, 변이가 나타날 경우 유방암이나 난소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예컨대 BRCA1 유전자 변이가 있는 여성은 70세까지 사는 동안 유방암에 걸릴 위험도가 55%, 난소암은 40% 정도에 이른다. BRCA2 유전자 변이에서는 이 위험도가 각각 47%, 17% 정도다. 남성이라도 이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평생 유방암에 걸릴 위험성이 5~6%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변이가 생길 위험이 높아 유전 상담이 꼭 필요한 사람은 △젊은 나이(40세 미만)에 유방암 진단을 받은 경우, △유방암이나 난소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양측성 유방암 환자, △남성 유방암과 상피성 난소암 환자, 난소암과 유방암이 같이 온 경우 등이다.”

-유방암 예방수칙은?

“아직까지 유방암이 왜 생기는지 명확하게 규명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완전한 예방법은 없다고 하는 게 맞다.

우선 임신과 출산, 모유수유를 권장하고 피임약이나 여성호르몬제의 사용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체중조절과 함께 비만을 예방하고, 술과 담배는 끊기를 바란다.

발병하더라도 가능한 한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30세 이후부터는 매달 자가 검진을 실천하고 40세 이후엔 정기적으로 암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이기수 쿠기뉴스 대기자 eigi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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