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북한을 방문해 이틀간 일정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이번 회담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많다.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기존과 다른 새로운 비핵화 방안을 제시하고, 시 주석은 28~29일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이런 내용을 전달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마침 미국도 북·중 정상회담에 맞춰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놨다.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미국 싱크탱크 애틀란틱카운슬의 기조연설에서 “북·미 양측이 모두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협상이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내년 대선 재선을 위해 가시적인 비핵화 성과를 내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북·미 간에 실무협상이 재개되고 연말이나 연초에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만 된다면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이 축소될 우려도 있다. 시 주석은 이번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재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도 “중국과 미국은 100% 입장이 같다”면서 “시 주석이 방북을 통해 건설적이고 적절한 메시지를 보낼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오지랖이 넓다면서 중재자가 아닌 당사자라고 비난한 바 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도 재개하지 못하면서 무슨 중재자 역할을 하느냐는 힐난이다.

중국은 북한에 식량과 비료 지원 등을 통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설령 문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중재자 역할을 빼앗긴다 하더라도 흔들릴 필요는 없다. 그럴수록 오히려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29~30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울을 방문해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은 동맹을 더욱 다지는 자리가 돼야 한다. 문 대통령이 제안한 원포인트 남북 정상회담이 그 전에 열리면 좋겠지만 이 또한 튼튼한 한·미 공조 위에서 진행돼야 한다. 그래야 북한이 중국만 믿고 오판하지 않는다. 나아가 한·미·일 협력을 통해 비핵화 협상력을 높여가는 방안도 강구할 때가 됐다.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