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재료로 벽을 만들어 소리가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잘 되울리도록 만든 방을 반향실(反響室·echo chamber)이라고 한다. 소리를 메아리처럼 울리게 만든 방이니 무슨 소리를 내든 똑같은 소리만 되돌아온다. 사람들은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그 생각을 공유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반복되면서 그 생각은 점점 확고해진다.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여서 하는 얘기는 대화가 진행될수록 점점 구체화하면서 신념과 믿음이 증폭되고 강화된다.

이런 현상을 반향실 효과라고 한다. 결국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된다. 그러면 그것만이 옳다고 믿는 확증편향이 생긴다. 어떤 주장을 담은 칼럼을 읽고 “그 사람 참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잘 썼네”라고 칭찬했다면, 글쓴이의 글솜씨나 지적 수준, 논리력을 평가한다기보다 십중팔구는 사실 자기주장과 같기 때문에 칭찬했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반향실 효과는 가짜뉴스가 확대 재생산되는 데 절대적으로 기여한다. 특히 SNS에서 생각이 같은 이들끼리 서로 ‘좋아요’나 엄지척으로 칭찬하고 댓글로 증폭시키면서 도배질을 하면 마치 여론의 대세인 것처럼 느낄 수도 있다. 나도 모르게 확증편향에 빠질 수도 있다.

이게 현실 정치 영역에서 작동하면 이념의 양극화로 이어진다. 정치나 일부 정치인은 이를 교묘히 활용한다. 믿거나 말거나 식의 가짜뉴스(실제로 약간의 사실과 다량의 시각과 주장을 섞은)를 슬쩍 흘리고 열성 지지자들이 “이런 거 아닌가요?” “이건 이런 거지요”라고 살을 붙여 유통시키고, 거기에 다른 팩트와 추정이 보태져 근사한 그러나 근거는 없는 정보가 생산된다. 반향실 효과는 이념의 양극화를 부추기고 균형감을 잃어버리게 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다. 민주주의에 반하는 기능이다. 이견이 없는 사회는 위험하다.

정치권은 이미 내년 총선에 모든 초점을 맞췄다. 저급한 정치(인)가 반향실 효과를 내기 위한 전략을 쓴다 해도 이를 알아채는 선구안(選球眼)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 그런 정치는 갈등을 먹고산다. 의도적으로 갈라치고 갈등을 일으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니 유권자는 반향실에서 걸어 나와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반대의견도 들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찬성이든 반대든 건강한 주장이 된다. 반향실에 갇혀 있는 사람은 저급한 정치(인)의 아주 맛있는 먹잇감이다.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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