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가 현행 3단계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유지하되 전력 사용량이 많은 7~8월에 한시적으로 누진 구간을 확장해 요금 부담을 줄여주는 내용의 최종 권고안을 확정했다. 한국전력공사가 21일 이사회를 열어 이 권고안을 반영한 전기요금 공급 약관을 의결해 인가 신청을 하면 정부는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7월부터 새로운 요금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정부 의중이 실린 개편안은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일각의 누진제 폐지와 전기요금 인하 요구에 편승해 국가의 중장기 에너지 정책에 배치되는 선심성 개편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TF는 권고안이 시행되면 2018년 기준 1629만 가구가 월평균 1만142원의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소비자들은 요금 부담이 줄어드니 환영하겠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는 이를 반기기 어렵다. 줄어드는 부담은 결국 누군가가 떠안아야 한다. 한전이 모두 부담한다면 지난해 기준 2874억원의 영업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한전이 난감해하자 정부는 650억~700억원을 재정으로 보전해주겠다고 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도 관련 예산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하는데 장담하기 어렵다. 한전은 지난해 폭염이 기승을 부리자 약 3000억원의 전기요금을 할인해줬지만 정부의 관련 예산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손실을 떠안았다. 생색은 정부가 내고 부담은 한전에 떠넘기는 상황이 이번에도 재현될 수 있다. 예산안이 통과되더라도 공기업인 한전의 적자는 결국 세금으로 보전해줘야 해 요금 인하는 미봉책일 뿐이다. 개편안이 중장기 에너지 정책과 엇박자를 내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정부는 이달 초 에너지 정책 패러다임을 기존 공급 확대에서 수요관리 중심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40년 최종 에너지 목표 소비를 기준수요 전망 대비 18.6% 감축하겠다고 했다. 전기요금 부담 완화는 전력 과소비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아 에너지 소비를 줄여 나가겠다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상충된다.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고 소비자 부담 원칙을 강화함으로써 전력 과소비를 억제하는 게 정공법이다.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고 있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합리적으로 개편해 산업 현장의 에너지 효율을 높여가야 한다. 개편안이 전기요금이 무서워 폭염에도 냉방기기를 마음대로 틀지 못하는 저소득층에게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근시안적인 이번 개편안은 대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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