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0일 북한을 방문한 가운데 중국 CCTV 에 환영나온 북한 주민 모습을 비추고 있다. CCTV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국빈방문하기 몇 시간 전 미국이 조건 없는 북·미 대화라는 당근과 북한의 대북 제재 회피를 도운 러시아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라는 채찍을 함께 꺼냈다.

한·미의 북핵수석대표는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이 동아시아재단과 함께 개최한 행사에 참석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기조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에 북한이 호응해올 것을 재차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달 말로 예상되는 한·미 정상회담 이전에 남북 정상회담에 응할 것을 북한에 거듭 제안한 것이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북한과의 협상을 향한 문이 활짝 열려 있다”면서 “너무 멀지 않은 미래에 대화가 재개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미 대화 재개의 전제조건은 따로 없다”면서 “북·미 모두 협상에서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그러나 “의미 있고 검증 가능한 조치 없이 비핵화의 충분한 진전을 이룰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먼저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 셈이다. 비건 대표는 특히 “시 주석이 평양 방문 기간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건설적이면서도 적절한 메시지를 계속 보낼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면서 우회적으로 중국을 압박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국제 재재를 어기고 북한이 국제금융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운 혐의로 러시아 회사 ‘러시안 파이낸셜 소사이어티’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시차를 고려하면 미국은 시 주석이 방북한 20일 새벽에 대북 추가 제재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미 재무부는 ‘파이낸셜 소사이어티’가 제재 대상인 중국 소재 ‘단둥중성 인더스트리앤트레이드’와 조선아연공업총회사의 북한인 대표에게 은행 계좌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북한은 미국과 유엔의 제재를 피해 국제금융 시스템에 접근, 핵 프로그램을 위한 자금 마련에 나설 수 있었다. 미국이 러시아 금융기관에 제재를 가한 것은 2018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이번 조치로 대북 추가제재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스탠스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도훈 본부장은 미국이 제재를 발표하기 전 연설에서 “제재가 만능해법이 아니다”고 말해 한·미 정보 공유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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