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북한 어선의 삼척항 진입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정 장관은 “철저히 조사해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지만 야당은 정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윤성호 기자

북한 목선이 지난 15일 강원도 삼척항에 아무런 제지 없이 입항한 사건을 놓고 정치권에선 정경두 국방부 장관 사퇴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철저한 점검을 지시했으며, 국방부는 합동조사에 착수했다. 군 경계실패 책임을 따져 대대적인 문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앞서 국무위원들과 차담회를 갖고 “(북한 목선이) 북쪽에서 우리 쪽까지 오는 과정에서 제대로 포착하거나 경계하지 못한 부분, 도착 이후에 제대로 보고하고 국민께 제대로 알리지 못한 부분, 이 두 가지 대응에 대해 문제점들이 없는지 철저하게 점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정 장관은 사과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국민들께 큰 심려를 드렸다”고 사과했다. 정 장관은 국방부 청사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군의 경계작전 실태를 꼼꼼히 점검해 책임져야 할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엄중히 문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방부는 합동조사단을 편성, 동해 관련 부대에 급파했다. 조사 대상은 합동참모본부와 육군 23사단, 해군 1함대 등이다. 합동조사단은 북한 목선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삼척항에 접안할 때까지 57시간 넘게 식별하지 못하다가 주민 신고 이후에야 대응한 문제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군 당국의 축소·은폐 의혹도 조사 대상이다. 합참은 북한 목선이 자체 동력으로 입항한 사실을 이미 파악했으면서도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됐다”며 표류 사실만 공개했다. 주민 신고 직후 작성된 해양경찰청 상황보고서에는 발견 장소가 ‘삼척항 방파제’라고 명확하게 적혀 있다. 또 북한 선원은 삼척파출소에서 “지난 5일 함경북도 경성에서 조업차 출항했다”며 “기관 고장으로 표류하다 지난 13일 오후 기관 수리를 한 뒤 15일 오전 자력으로 삼척항에 입항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돼 있다.

이는 출항 시점을 지난 9일이라고 밝힌 군의 발표와 다르다. 해경 상황보고서는 입항 당시 파도 높이를 0.5m로 명시했으나 군 당국은 1.5~2m라고 밝혔다. 당시 해경 보고서는 합참 지휘통제실과 청와대 국정상황실 등에 전파됐다. 군 관계자는 “북한 목선 발견 초기에 작성된 해경 보고서와 여러 기관이 함께한 합동조사 결과는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야권은 문 대통령의 사과와 정 장관 경질, 국회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무장해제 속에서 우리 해상·육상 경계가 완전히 뚫린 것도 모자라 군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여권에서도 군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정 장관 경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축소·은폐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면서도 군의 경계작전과 언론 발표에 대해선 “안이한 대응이었다”고 말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군 당국을 향해 “엄중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이형민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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