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배구연맹(FIVB)이 주최하는 2019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예선 경기가 열린 18일 충남 보령종합체육관에서 한국의 김연경이 도미니카공화국 수비수를 뚫고 강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보령=최현규 기자

국제배구연맹(FIVB)이 주관하는 가장 큰 국제대회인 2019 여자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가 충남 보령에서 18일부터 3일간 열렸다. ‘보령 시리즈’는 지난달부터 5주간 치러진 이번 시즌 VNL 예선의 마지막 라운드 중 하나다. 세계 최대의 배구 축제인 VNL을 즐기기 위해 국내 배구 팬과 시민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

VNL은 이처럼 전 세계에서 배구를 풍성하게 즐기도록 하기 위해 지난해 만들어졌다. FIVB는 월드리그(남자)와 월드그랑프리(여자)로 운영되어온 국제 배구대회를 하나로 통합해 VNL을 출범시켰다. 올해 남녀부 VNL은 21개국 35개 도시에서 진행된다. FIVB는 “매주 다른 개최국에서 경기함으로써 많은 팬이 엘리트 레벨의 배구 경기를 보고 즐길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VNL ‘보령 시리즈’의 열기

“대~한민국!” “에이스! 에이스!” 올 시즌 국내 첫 VNL 경기인 도미니카공화국전이 열린 18일 충남 보령종합체육관은 2500여명의 한국 관중이 뿜어내는 열기로 가득했다. 홈 팬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대표팀 선수들을 열렬히 응원했다. ‘빛이 나는 (강)소휘’라 쓰인 플래카드를 흔들거나, 김연경 유니폼을 입고 있는 팬들도 눈에 띄었다. 부모의 손을 잡고 함께 배구장을 찾은 어린아이들은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김연경이 스파이크를 하거나 김희진이 서브 에이스를 기록할 때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18일 한국과 도미니카공화국 간 VNL 예선 경기가 열린 충남 보령체육관에 많은 관중들이 찾아와 태극기를 흔들며 힘차게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보령=최현규 기자

푸른색 바탕의 VNL 현수막이 경기장을 가득 둘러싸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V리그와 다를 바 없었다. 리그에서 쓰이는 응원가가 쉴 새 없이 나오며 선수들에 익숙한 환경을 만들어줬다. 이에 힘입은 대표팀은 2세트를 따내며 분위기를 달궜다. 한국은 듀스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이날 1대 3으로 패했지만, 팬들은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김연경과 이다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국내 팬들의 응원을 받아서 더 힘이 나는 것 같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한국은 홈그라운드인 보령 시리즈에서 2승 1패로 첫 연승을 거뒀다.

배구 축제를 즐기러 시민들은 멀리서도 보령까지 왔다. 경기도 평택에 사는 유영규(40)씨는 아내와 6살 아들과 함께 체육관을 찾았다. 유씨는 “김연경이 나오는 국가대표 경기라고 해서 보러왔다”며 “배구장 와서 직접 시합을 보니 굉장히 역동적이다. 외국인 선수들과 맞붙어 더 재밌다”라고 했다.

주장이자 에이스인 김연경을 위해 단체로 응원을 온 이들도 있었다. 김연경 팬클럽 ‘연경 홀릭’의 장민지(28·여)씨는 김연경의 이름과 등 번호 10번이 쓰인 푸른 국가대표 유니폼을 맞춰 입은 십수 명의 열혈팬들과 함께 경기를 즐겼다. 지난해 VNL 때엔 태국으로 원정 응원도 갔다는 장씨는 “국내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니 응원할 맛이 난다”며 “3일 내내 보령에서 단체 응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승강제로 운영… 女 웃고 男 울다

VNL은 승강제로 운영된다. 1부리그 격인 VNL에는 남녀부 각각 세계 상위 16개국이 출전 가능하며, 하위 리그로 챌린저 컵이 존재한다. FIVB 규정에 따르면 16개 출전국 가운데 12개국은 핵심(core) 팀으로 분류돼 2024년까지 순위와 상관없이 리그 참가가 보장돼있다. 그 외 4개국은 도전(challenger) 팀으로 구분된다. 도전 팀 중 순위가 가장 낮은 국가는 챌린저 컵으로 강등되고 챌린저 컵 우승국은 도전 팀으로 편입된다.

기존 월드그랑프리에서 2그룹에 속해있던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브라질, 독일, 러시아 등과 함께 핵심 팀으로 정해졌다. VNL 순위와 관계없이 2024년까지 리그 참가가 보장된 것이다. 여자 대표팀은 지난해 VNL 예선에서 5승 10패로 12위에 머물렀다. 올해는 3승 12패로 전체 16개국 가운데 15위를 기록하며 아쉬운 결과를 손에 쥐었다.

대표팀 사령탑인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경기 도중 선수들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는 모습. 보령=최현규 기자

반면 남자배구 대표팀은 지난해 도전 팀으로 분류됐다. 남자 대표팀은 첫해 1승 14패로 최하위를 차지해 챌린저 컵으로 떨어졌다. 당시 지휘봉을 잡고 있던 김호철 감독은 “세계와 실력 차이가 너무 난다.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며 격차를 인정했다. 올 시즌 이란과 일본이 각기 VNL 남자부 1위, 11위(20일 기준)로 선전하고 있는 것과는 크게 대비되는 상황이다.

‘선수 혹사’ 논란은 VNL이 품고 있는 문제다. VNL 예선은 매주 장소를 바꿔 가며 진행된다. 전 세계 배구 팬들은 각지에서 열리는 경기를 즐길 수 있지만 선수들은 장거리 비행과 빡빡한 경기 일정에 시달린다. 여자 대표팀은 이번 VNL을 위해 세르비아부터 중국, 미국, 이탈리아, 한국으로 이어지는 강행군을 소화해야 했다. 김연경은 입국하며 “선수들이 힘든 일정으로 많이 지친 상태”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음 달 열리는 VNL 결선에는 예선 상위 5개 팀과 결선 개최국이 참가해 2번째 우승국을 가린다. 지난해 남자부 우승컵은 러시아가, 여자부는 미국이 차지했다.

보령=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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