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20일 미군 무인정찰기가 이란 미사일에 격추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지난 13일 발생한 호르무즈해협 인근 오만만 선박 피격과 관련해 이날 미 해군5함대 숀 키도 중령이 브리핑하는 모습. AP뉴시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미군 소속 무인 정찰기(드론)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해 5월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한 이후 양측이 군사적 충돌을 빚은 것은 처음이다. 오만해 유조선 피격 사건에 이어 미군 드론까지 격추되면서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20일 성명에서 “이란 영공을 침범한 미군 드론 RQ-4 글로벌호크를 호르모즈간주 쿠흐모바라크 상공에서 격추했다”며 “미군 드론은 식별 장치를 끄고 비밀리에 비행하는 등 국제항공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그 어떤 외부 침입에도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는 분명하고 결정적인 메시지”라며 “이란은 그 어떤 나라와도 전쟁을 원치 않지만 언제든 전쟁에 응할 준비가 완벽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에 따르면 미군 드론은 현지시간으로 이날 밤 12시14분쯤 발진해 이란 남부 항구도시 차바하를 향해 비행했다. 이 드론은 이란 영공을 침범한 이후 정보 수집과 간첩 활동을 벌이다 4시간 만인 오전 4시5분쯤 혁명수비대 소속 대공미사일에 격추됐다. 드론은 혁명수비대의 최신 방공 시스템인 ‘코르다드 15’에 격추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드론이 이란 영공을 침범했다는 혁명수비대 측 주장을 즉각 부인했다. 중동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대변인 성명에서 “미 해군의 해상광역정찰 무인기가 국제 공역인 호르무즈해협 상공에서 작전하던 도중 이란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에 격추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인기가 이란 영공을 침범했다는 이란 주장은 거짓”이라며 “이는 미국 정찰 자산을 겨냥한 부당한 공격”이라고 반박했다. CNN과 로이터통신 등 일부 언론은 격추된 드론이 MQ-4C 트리톤이라고 보도했으나 중부사령부는 RQ-4A 글로벌 호크라고 확인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지난달을 기점으로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이란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이란 제재 복원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JCPOA 일부 내용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직후 미국은 이란이 미군 병력을 공격하려는 정황을 포착했다며 항공모함과 전략폭격기를 중동지역에 증원 배치했다. 양국은 오만해 유조선 피격 사건을 둘러싸고 공격 주체를 두고 정면충돌을 벌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도발을 억제하겠다며 미군 1000명을 중동에 추가 배치하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만해 유조선 피격 사건을 두고 ‘사소한 일’이라고 평가하는 등 양국이 일정 부분 긴장을 완화하려는 움직임도 한때 보였다. 이런 가운데 미군 드론 격추 사건이 벌어지면서 양국 간 군사적 긴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은 미군 드론이 실제로 이란 영공을 침범했는지, 미군이 관련 항공법을 위반했는지를 두고 논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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