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한 사람당 연평균 512잔의 커피를 마시는 나라, 한국이다. 2017년 관세청이 커피 원두 수입량을 토대로 추산한 결과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265억잔의 커피가 소비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커피 소매 시장 매출 규모(2017년 기준)는 2조4294억원이었다.

커피를 사먹는 방법은 다양하다. 에스프레소 머신, 캡슐커피, 캔커피, 전문가의 손을 거친 드립커피까지 여러 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여기에 커피가루를 컵에 털어 넣고 따뜻한 물만 부으면 꽤 그럴싸한 커피 한 잔이 완성되는 스틱커피의 편리성 또한 외면하기 힘들다.

aT에 따르면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은 2017년 2518억원 규모에 이르렀다. 집에서, 사무실에서, 여행을 떠나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인스턴트 원두커피의 품질은 어떨까. 국민컨슈머리포트가 전문 바리스타 5명과 ‘인스턴트 원두커피-아메리카노’의 맛을 평가해봤다.

매출 상위 5개 제품 선정

23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 점유율은 동서식품 ‘카누’(81.4%), 롯데네슬레 ‘네스카페 크레마’(8.8%), 남양유업 ‘루카스나인’(4.1%), 이디야 ‘비니스트’(3.4%) 순이었다(지난해 기준). 여기에 우리나라 커피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스타벅스코리아 ‘비아’까지 5개 브랜드의 아메리카노 제품을 각사 마케팅팀으로부터 추천받아 평가했다.

평가대상은 ‘카누 다크 로스트 아메리카노’ ‘네스카페 크레마 인텐소 아메리카노 다크 로스트’ ‘이디야 비니스트 마일드 아메리카노’ ‘루카스나인 시그니처 다크 아메리카노’ ‘스타벅스 비아 하우스 블렌드 미디엄 로스트’다. 이 5개 제품을 지난 17일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월드타워점과 송파구 일대 커피전문점에서 직접 구매했다.

바리스타들이 17일 서울 강남구 한국커피연합회 사무실에서 종이컵에 담긴 인스턴트 원두커피를 살피며 평가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민규 이해경 고명훈 이유나 이종엽씨. 최현규 기자

“처음 먹어보는 인스턴트 원두커피, 놀라운 맛이다”

평가는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한국커피연합회(KCA)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평가에는 5명의 전문 바리스타가 참여했다. ‘월드슈퍼바리스타 챔피언십(WSBC)’에서 올해 2위·지난해 3위를 차지한 카페 원웨이 공동대표 이해경씨, ‘한국사이포니스트챔피언십(KSC)’에서 2017년 준우승·지난해 3위를 차지한 이종엽씨, ‘커피 스페이스’ 고명훈씨, ‘커피앤티’ 이유나씨, P사의 조민규 커피사업팀장이 인스턴트 원두커피 아메리카노 제품을 평가했다.

평가는 6가지 항목(향미, 신맛, 쓴맛, 뒷맛, 풍미, 균형감)에 대해 최고 5점부터 최저 1점까지 상대평가로 이뤄졌다. 개별 항목에 대한 평가를 종합해 1차 평가를 내리고, 원재료와 가격을 본 뒤 최종 점수를 매겼다. 가격은 직접 구매한 소매가를 반영했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 ①~⑤ 숫자가 적힌 5개의 종이컵에 커피를 담아 각 평가자 앞에 내 왔다. 바리스타들은 물을 붓기 전 커피의 색과 향을 먼저 확인했다.

인스턴트 원두커피를 가장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온도도 귀띔해줬다. 조 팀장은 “너무 뜨거우면 커피의 맛과 향을 음미하기 어렵다. 물의 온도가 60~65도 정도일 때 인스턴트 원두커피를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물의 온도에 따라 커피의 맛과 향이 달라지는 것을 감안해 평가도 진행됐다. 뜨거울 때의 맛과 향을 평가하기 위해 80도의 물을 제품 설명서의 양만큼 부었다. 뜨거울 때의 맛과 향, 5~10분 정도 지난 뒤 마시기에 가장 좋은 온도인 60~65도가 됐을 때의 맛과 향, 식었을 때의 맛과 향을 전부 비교했다.

핸드드립 고수인 바리스타들은 평소 스틱커피를 마실까. 평가에 참여한 5명 중 4명은 이날 처음 스틱커피를 마셔봤다고 한다. 조 팀장은 “커피 시장이 커지면서 좋은 등급의 원두를 들여오고, 제조 기술도 발전하면서 인스턴트 커피의 품질이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됐다”고 평가했다. 이해경씨는 “인스턴트 커피의 맛은 대체로 비슷할 것으로 상상했는데, 의외로 다양하고 풍부했다. 기대 이상의 맛이었다”고 말했다.


‘밸런스’가 좋을수록 높은 점수

평가 결과 이디야 제품이 5.0점 ‘만점’을 받으며 1위에 올랐다. ‘이디야 비니스트 마일드 아메리카노’는 모든 항목에서 최고점을 받았고, 최종 평가에서도 모두에게 1위로 지목됐다. 이해경씨는 “바리스타들이 커피를 평가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밸런스인데 그게 가장 좋다”며 “향긋한 표현이 특히 잘돼 있어 핸드드립 느낌도 준다”고 했다. 고명훈씨는 “인스턴트 커피같지 않게 산미도 뛰어나고 개성 있는 맛과 향을 냈다”고 평가했다. 이종엽씨는 “군고구마 같은 달콤함이 풍미를 살려준다”고 말했다.

2위는 ‘루카스나인 시그니처 다크 아메리카노’(3.8점)였다. 루카스나인도 대체로 밸런스가 좋다는 평가였다. 이유나씨는 “무난하고 대중적인 맛과 향으로 커피 초보자들에게도 부담없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엽씨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다보면 강렬할 수는 있지만 균형잡힌 맛을 내기는 어려운데, 밸런스가 좋다. 특색이 강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3위는 ‘카누 다크 로스트 아메리카노’(3.2점)가 차지했다. 이해경씨는 “맛있다. 커피를 마시는 느낌이 제대로 든다 하지만 밸런스가 아쉽다”고 평가했다. 고씨는 “대체로 괜찮은데 뒷맛이 다소 떫은 느낌”이라고 했다.

1~3위를 차지한 커피들은 동결건조공법으로 만들었다. 조 팀장은 “동결건조해 알갱이로 만들어진 커피가 분무건조된 분말커피보다 향을 살려주기 때문에 더 좋은 맛을 낸다”고 설명했다. 4위인 ‘네스카페 크레마 인텐소 아메리카노 다크 로스트’(1.8점)와 5위인 ‘스타벅스 비아 하우스 블렌드 미디엄 로스트’(1.2점)는 분무건조 커피다.

네스카페 크레마에 대해 이종엽씨는 “시나몬 느낌보다는 좀 강하게, 뿌리채소의 쓴 향이 나는 게 아쉽다”고 했다. 스타벅스 비아에 대해 이해경씨는 “쓴맛이 다른 모든 맛을 덮는 게 아쉽다”면서도 “우유와 잘 어울릴 것”이라고 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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