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지난봄 40일간 요양보호사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 엄마는 내가 전화를 하면 작은 목소리로 수업 중이라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쉬는 시간에 내게 전화를 걸어 수업 내용이 너무나 재미있다면서 그날 배운 것들에 대해 말해주었다. 칠순의 나이에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 즐거웠던 모양이다. 나는 엄마 나이에 요양보호사는 무리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엄마는 함께 교육받는 사람 중에 엄마와 동년배 여성이 많다고 했다. 일자리를 찾는 칠십대 노인이 많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론수업이 끝나고 실습이 시작되자 전화기 너머 엄마의 목소리가 부쩍 작아졌다. 엄마는 내가 전화를 하면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듯 전화를 빨리 끊으려 했다.

나는 엄마가 요양원 실습을 마친 날 엄마 집으로 찾아갔다. 우리는 커피 두 잔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 요양원 풍경에 기분이 우울해졌다. 엄마의 표정은 어두웠다. 치매 환자 이야기를 할 때 특히 그랬다. 요양원에 치매 환자만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엄마는 유독 치매 환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엄마의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나는 가슴에 돌덩이를 올려놓은 듯 답답했다. 자격증을 따서 노인 복지를 위해 힘쓰겠다고 의욕을 불태웠던 엄마였는데. 내가 상상하는 것보다 실습이 훨씬 힘들었던 모양이다.

엄마가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그동안은 죽음이 아직은 멀리 있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서 일하는 동안 자꾸만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어서 그런 것 같아.” 나는 칠순의 요양보호사가 자신과 나이가 비슷하거나 나이가 더 많은 노인들을 돌보는 것은 아무래도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이 일은 엄마에게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엄마는 조금 남은 커피를 마저 마신 후 이렇게 덧붙였다. “그리고 내가 치매에 걸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무서워. 자식들한테 폐만 끼치고.” 그제야 알 것 같았다. 엄마가 두려워하는 것은 결국 그 부분이었던 것이다. 자식들을 힘들게 하면 어쩌나 하는 것.

김의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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