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모임 왔다 ‘말씀’ 듣고 꿈도 키웁니다

아프리카 유학생들의 서울 ‘참좋은교회’ 예배

아프리카 청년들이 23일 서울 서대문구 참좋은교회에서 그레이스 케네디씨의 영어 설교를 듣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대학가인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토요일 밤이면 대학생들로 시끌벅적한 곳이다. 23일 이른 아침 이곳 참좋은교회(신동해 목사)에 흥겨운 아프리카 전통 음악이 울려 퍼졌다. 방학인데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아프리카 청년 10여명이 드럼 박자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들었다.

50여명이 겨우 앉을 수 있는 작은 지하 교회였지만 아프리카 교회와 교인들의 생명력이 넘쳤다. 찬송가 ‘모든 능력과 모든 권세(Above all)’를 부를 때는 두 손을 번쩍 들고 엉덩이를 흔들며 큰 목소리로 찬양을 했다. 평화의 인사를 할 때는 서로 끌어안고 만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영어로 주기도문을 읊은 뒤 오늘 하루 교회에 나와 예배드릴 수 있음에 감사 기도를 했다.

영어 설교는 나이지리아에서 온 그레이스 케네디(39·여)씨가 맡았다. 그는 공부하느라 바빠도 하나님을 잊어선 안 된다고 청년들에게 신신당부했다. 일상 속에서 말씀을 읽고 기도하라고도 권면했다. 이화여대 컴퓨터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공부 모임을 위해 무료로 개방된 교회 공간을 찾아 다니다가 이곳에서 사역하게 됐다.

교회는 아프리카 청년들에게 공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꿈도 후원한다. 카메룬에서 온 오브엔 필립(39)씨는 카메룬 패럴림픽 준비위원회에서 일했다. 서울대 체육교육과에서 공부 중인 그는 교회의 후원으로 고향에 비타민 등 의약품과 성경을 전하고 있다. 성경이 가르치는 바를 스포츠정신 속에 녹이고 싶다는 그는 주일 예배를 통해 삶의 영감을 구한다.

카메룬에서 온 켄데메 멩(24·여)씨는 타지에서의 외로움을 교회에서 달랜다. 그는 “함께 음식을 나누는 이들이 한국에서의 내 가족”이라며 “혹 내게 위급한 일이 생긴다면 교회 식구들이 가장 먼저 달려와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멩씨는 최근 교회에서 자신이 설립한 NGO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성들의 복지를 위해 카메룬에 있는 250여 부족이 교류하게 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참좋은교회는 1999년 이종웅 목사가 신촌 지역 복음화를 위해 개척한 교회다. 1965년 서울대 공대 기독학생회 초대회장을 맡았던 그는 지난해 별세 전까지 청년 사역을 위해 헌신했다. 그의 뜻을 이은 교회는 새터민과 유학생들, 기독교 동아리에 공간을 무료로 내어주고 선교사들을 초교파적으로 후원한다.

이 목사의 후임으로 2015년부터 이곳에서 목회하는 신동해 목사는 이화여대 약학과 교수다. 그는 “교인들이 주도하는 외국인과 새터민, 청년 사역 등을 교회가 지원하는 것일 뿐”이라며 “성도들이 주인 되는 교회라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발레로 사역하는 이화발레 앙상블의 신은경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 캄보디아에 학교를 세운 ‘이화스렁’의 전길자 이화여대 명예교수 등이 이 교회 교인들이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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