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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기자 성기철의 수다] 강남 아파트 부러워하지 않을 자신은 있다


대치동 아파트 투자 실패 기억, 세속적 소유 상향비교 끝 없어
남과 자꾸 비교하면 행복은 無 자신만의 존재가치 찾기 중요


나의 부동산 투자 실패기다. 1990년대 중반 ‘강남불패’를 굳게 믿던 친지 코치를 받아 서울 도봉구 쌍문동 32평 아파트를 1억5000만원에 팔고 강남구 대치동 한복판 37평 아파트를 2억2000만원에 구입했다. 7000만원이 부족했지만 보증금 1억3000만원에 전세를 놓고 나니 6000만원이 남아 그 돈으로 강서구 화곡동의 주택 2층에 세를 얻어갈 수 있었다.

불과 1년 후, 대치동 아파트 값이 1억이나 뛰어올랐다. 돈을 이렇게 쉽게 벌 수 있다니, 이런 게 부동산 투기인가? 표정관리까지 해야 했던 설렘도 잠시, IMF 외환위기가 몰아쳤다. 부동산 시세는 급전직하했고, 아파트 세입자는 2년 만기된 전세 시세가 8000만원이니 5000만원을 당장 내주지 않으면 나가겠다고 했다. 은행 이자가 천정부지로 오르던 그 시절 월급쟁이가 5000만원을 어디서 구할 수 있겠나. 처분하는 수밖에 없었다. 매매 가격은 2억2000만원, 2년 전 구입할 때 그대로였다. 손해 안 봤으니 다행이다 싶었다.

그런데, 얼마 뒤 IMF 극복과 함께 대치동 아파트 값은 초고속 상승곡선을 그렸다. 일산 신도시에 다시 아파트를 구입하긴 했지만 인상폭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컸다. 속이 쓰릴 수밖에. 세입자가 나보다 돈이 훨씬 많은 중년 의사였는데, 요리조리 머리 써가며 좀 버텨볼 걸 그랬나,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그 아파트 값이 20억원 찍는 걸 보고 나는 아파트 시세엔 일절 관심 갖지 않기로 했다. 한참 뒤 재개발까지 했다는데 시세 알아본 적은 없다.

언젠가부터 나는 아파트 가격 얘기가 나오면 이런 말을 곧잘 한다. “아파트 값은 비교하지 않는 게 좋아. 과거와 현재 시세를 비교하다 보면 후회하느라 가슴이 아프고, 지역 간 시세 비교하다 보면 배가 아픈데 그런 걸 뭣하러 하나. 강남 아파트가 부러우면 지금이라도 그곳으로 이사를 가고, 그럴 능력이 안 되면 단념하고 사는 게 정신건강에 도움 되지 않을까.” 이 한마디로 화제를 쉽게 바꿀 순 있지만 손해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속마음까지 편하진 않을 것이다.

남과 비교하는 걸 끔찍이 싫어하는 아내가 최근 젊은이들 연봉 얘기로 충격을 좀 받은 모양이다. 지인 자녀인 취업한 의사, 변호사 연봉이 1억이 넘고, 2억이 넘는다는 말을 듣고는 “나이도 어린데 정말 그렇게 많을까”라고 물었다. 내가 “그래서 돈벌이에 관한 한 예부터 너도나도 의사, 변호사 타령한 것 아니냐. 그렇게 의미 부여할 필요 없어”라고 답해줬지만 꽤나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심리학에서 남과의 비교는 인간의 보편적 심리라고 한다. 본능에 가깝다고 본다. 남이 가진 것과 끊임없이 비교해서 자신의 행복 수준을 측정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비교 심리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상향 비교를 할 경우 경쟁심을 유발해 자기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성장기 젊은이들에게는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하향 비교는 상대적 우월감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상향 비교를 과도하게 할 경우 시기질투심을 유발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지금은 정보교류가 폭발하는 시대여서 타인과의 비교가 일상화돼 있다.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프다’는 속담은 한가한 농경시대를 반영한 표현이다. 그때는 비교 대상이 기껏해야 사촌을 포함한 친인척과 동네사람, 친한 친구 몇몇뿐이었다. 요즘은 어떤가. 정보홍수 시대에 살다 보면 수많은 사람들과 자신의 삶을 속속들이 비교할 수밖에 없다.

요즘 웬만하면 단체 카톡방이나 밴드방 서너개씩은 다 갖고 있다. 내 경우 가족 방과 형제자매 방 말고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직장, 교회 등 10개 이상 가입돼 있다. 대부분 ‘눈팅’ 수준인데도 지인들과 관련된 정보가 마구 쏟아져 들어온다. 아들딸 자랑도 많이 접하게 된다. 글로벌기업에 취업했는데 연봉이 아버지만큼 된다, 두 아들이 한꺼번에 로스쿨에 합격했다, 5급 공무원시험에 합격한 며느리를 맞게 됐다. 미국 유명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누가 들어도 축하할 일이다. 젊은 나이에 돈, 권력, 명예를 일정부분 얻었으니 부모로서 자랑할 만도 하다. 문제는 이런 얘기를 접한 사람들이 단순히 부러움에 그치지 않고 은근히 시기질투심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배가 고픈 건 참아도 아픈 건 못 참는다’는 속담이 빈말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상향 비교를 통해 시기질투심을 갖는 순간 행복은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세속적 소유와 관련해 남과의 비교를 어디까지 하고 살 것인가. 답 찾기가 쉽지 않은 물음이다. 상위 10%, 아니 1% 안에 든다 해도 상향 비교할 사람은 부지기수로 많다.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로 많이 가지려면 제프 베조스나 빌 게이츠처럼 전 세계 1등을 해야 한다. 보통사람이라면 기대난망 아닌가.

그럴진대 비교하는 콘텐츠를 달리하는 노력을 해보는 게 어떨까 싶다. 어렵겠지만 세속적 소유는 적당한 선에서 만족하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키워나가는 게 행복의 지름길 아닐까 해서다. 그렇다고 세속적 소유 노력을 아예 포기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굳이 ‘소확행’에 만족하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타인이 가진 돈, 권력 따위를 부러워하기보다 자신만의 특장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확장해나가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수록 말이다. 이런 얘기, 현재로선 나도 희망사항일 뿐이지만 강남 아파트 따위 부러워하지 않을 자신은 있다.


성기철 경영전략실장 겸 논설위원 kcs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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