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20여일째 계속되는 ‘붉은 수돗물’은 사회기반시설 노후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일깨워준다. 지난해 발생한 KT 통신구 화재와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 등 잇따르는 지하시설 사고도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간접자본(SOC)은 1970년대 집중적으로 건설됐기 때문에 약 40년이 지난 지금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중대형 SOC 가운데 ‘30년 이상 노후화’ 비율을 보면 저수지가 96%에 이르고 댐(45%), 철도(37%)의 경우도 30, 40%대 수준이다. 노후화 관리 예산도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중대형 SOC의 유지·보수비는 건설비 대비 10% 안팎으로 추정된다. 지방 상수도의 누수율은 10%에 이르고, 하수관 손상에 따른 지반침하(싱크홀) 현상도 2018년 한 해에만 140건이나 확인됐다.

정부는 2023년까지 4년간 연간 8조원씩 노후 기반시설 안전 강화에 32조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KT 통신구를 비롯한 공공성 높은 ‘민간시설’도 국가가 관리하는 기반시설 대상에 포함시켰다. 늦은 감이 있지만 적절한 정책 전환이다.

이번 발표를 계기로 정부와 국민 모두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국회는 SOC ‘신규 건설’에만 관심을 가질 뿐 ‘유지·보수’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했던 게 사실이다. 특히 국회의원들은 ‘치적’으로 내세우기 편리한, 겉으로 드러나는 SOC 신규 건설에 목을 맨다. 국토부 등에서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올린 보수 사업도 예산 조정 과정에서 삭제하고 효율성이 불확실한 신규 토목사업으로 대체되기 일쑤다.

이러다 보니 사회기반시설의 유지·보수에 전문성을 가진 업체도 드물다. 수익성이 없으니 이 분야에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지 않아서다. 선진국에서는 SOC 유지·보수업이 토목건설 업체의 주요 수익원이 된 지 오래다. 내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설업 경기는 1년이 넘게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투기 억제로 주택 경기가 가라앉은 데다 토목 분야 중복·과잉 투자를 피하려는 정부 정책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노후 SOC 보수사업의 필요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일자리 창출과 경기 부양, 중장기 건설업 경쟁력 확충 등 삼박자를 갖춘 이 사업 실행에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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