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나이를 상수(上壽)라고 한다. 사람의 수명 중에서 가장 위라는 뜻이다. 중국의 고전 서경(書經)에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다섯 가지 복(福) 가운데 첫 손가락으로 꼽은 게 장수(長壽)인 걸 보면 100세 인생은 축복 받은 삶이다.

행정안전부가 관리하는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보면 지난 5월 현재 우리나라의 만 100세 이상 인구수는 1만9574명이다. 전체 인구(5184만339명)의 0.038%이니 드물지만 ‘넘사벽’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건강관리에 신경 쓰고, 의료기술도 발달해 이제 100세는 큰 병이 없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넘볼 수 있는 그런 나이가 돼가고 있다.

최고령 예술원 회원인 김병기 화백은 1916년생으로 올해 103세인데도 여전히 현역이다. 지난 4~5월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여기, 지금’이란 타이틀로 개인전을 열었다. 2016년 이후 3년 만에 여는 개인전인데 지난 전시회 이후 작업한 신작 등을 포함해 20여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100세 철학자’로 불리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1920년생으로 내년이면 만 나이로 상수(上壽)의 반열에 오른다. 김 교수는 요즘도 강연과 글쓰기 등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스타 강사로 지난해 강연 횟수가 160회가 넘는다고 하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외국에도 아름다운 100세 인생을 살다 간 이가 있다. 일본의 시바타 도요(1911~2013) 할머니는 100세가 넘어서까지 시인으로 활동했다. 아들의 권유로 92세에 처음 시를 쓰기 시작해 98세인 2009년 자비로 첫 시집을 출판했다. 반향이 일자 이듬해 대형 출판사가 삽화와 작품을 추가해 총 42편이 수록된 증보판 성격의 시집을 펴냈는데 무려 158만부가 팔렸다. 시바타 할머니는 2011년 6월엔 자신의 100세 생일을 기념하는 두 번째 시집 ‘100세’를 펴냈다. 미국에서는 시니어 달리기 대회에서 우승한 103세 노인이 화제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열린 전미 시니어경기대회 100m 경기 100세 이상 여성 부문에 출전한 줄리아 호킨스씨인데 46.07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2017년 101세 때 참가해 우승할 당시 기록(39초대)보다 6초가 느리지만 걷기도 힘들 그 나이에 100m를 완주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99세까지 88하게 살고 2, 3일 앓다가 죽는 ‘구구팔팔이삼사(9988234)’를 꿈꾸는 범인들에겐 이들의 건강한 100세 인생이 부럽기만 하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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