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목선이 지난 15일 강원도 삼척항 방파제 인근 부두에 접안해 있는 모습. KBS 제공

북한 목선이 지난 15일 우리 군 경계망에 걸리지 않고 강원도 삼척항에 입항한 사건을 놓고 군 당국의 무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군 당국은 경계작전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목선 입항 상황에서 빚어진 책임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커진 데 곤혹스러워하는 모양새다.

군 지휘부는 지난 15일 오전 북한 목선 관련 상황을 파악한 직후 합동참모본부 지하벙커에서 대책회의를 열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벙커회의 당시 군의 경계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인식이 충분히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답변했다. 다른 군 관계자는 벙커회의에 대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 등이 참석해 대응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벙커회의가 열렸다는 점은 곧 군 당국의 ‘축소 브리핑’ 의혹으로 번졌다. 이 회의는 북한 목선이 삼척항 방파제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을 확인한 해경 상황보고서가 합참 지휘통제실에 전파된 이후 진행됐다. 군 당국은 입항 사실을 사전에 파악하고도 지난 17일 언론 브리핑에서 “전반적인 해상·해안 경계작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게다가 군 당국은 북한 목선이 자체 동력으로 삼척항에 접안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발견 장소 역시 ‘삼척항 인근’이라고만 설명했다. 당시 군 관계자는 이 배가 자체 동력으로 이동한 사실은 쏙 뺀 채 해류와 비슷한 속도로 움직였기 때문에 식별하기 어려웠다고 강변했다.

국방부 합동조사단이 이번 사건으로 불거진 각종 의혹을 소상히 밝혀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합동조사단은 지난 20일 국방부 감사관실과 조사본부, 육군 및 해군 관계자 등 36명으로 꾸려졌다. 독립 수사기관이 아닌 국방부 산하 인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이 청와대와 군 당국 간 사전조율 문제나 은폐 의혹 등을 제대로 규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합동조사단은 합참부터 예하부대 소초까지 경계작전 라인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군 내부에서 해야 할 일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군 당국의 언론 브리핑에 청와대가 개입했는지를 확인하기도 어렵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소속 행정관이 17일과 19일 국방부 기자실에서 진행된 북한 목선 관련 브리핑에 사복 차림으로 참석했던 사실이 드러났지만 청와대는 “특이한 일이 아니다”고 일축한 상태다. 또 청와대는 군 당국의 경계 책임과 안이한 대응을 지적하면서도 “(청와대 차원의) 은폐, 축소, 조작은 없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청와대가 자체적으로 안보실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지만 객관적인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이런 와중에 동해안 경계를 맡고 있는 육군 8군단이 지난 18일 오후 7시쯤 회식을 한 것도 드러났다. 8군단장이 전입, 전출 인원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한 술을 곁들인 저녁자리였다고 한다. 8군단 예하 23사단 요원은 북한 목선 입항 당일 주민신고 45분 후인 오전 7시35분에야 뒤늦게 삼척항에 도착했다. 23사단사령부 본부와 삼척항까지 거리는 5㎞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8군단과 23사단의 해안경계 책임뿐 아니라 늑장 출동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 때 부적절한 회식 자리를 가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합동조사단은 8군단 회식 문제도 조사 중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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