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며칠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4월 말부터 급등하며 1200원을 눈앞에 뒀지만 최근 1주일 동안 30원가량 빠지면서 1150원대로 떨어졌다. 급격한 달러 약세를 불러온 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다. 미·중 무역갈등에 대한 우려 등으로 환율이 과도하게 올랐던 만큼 당분간 상승분을 반납하는 시나리오에 무게가 실린다.

2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5원 내린 1156.5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종가기준 1150원대까지 내려온 건 지난 4월 29일(1158.5원) 이후 처음이다. 지난 18일까지 1180원대에 머무르던 환율은 19일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20일에는 14원이나 급락했다. 지난 두 달과는 정반대의 움직임이다. ‘역성장 쇼크’ 영향 등으로 4월 말 오르기 시작한 환율은 미·중 무역갈등의 고조와 궤를 같이했다. 지난달 17일에는 1195원을 돌파하며 한 달 만에 60원 넘게 상승했다.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한국경제에 대한 불안감까지 겹친 탓이었다.

‘강(强)달러’의 방향키를 돌린 건 연준이다. 지난 18~19일(현지시간) 열린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 의원 17명 가운데 8명이 올해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하면서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아지면 달러 매도세가 강해지면서 달러의 힘이 약해진다.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말 98까지 올랐다가 최근 96까지 하락했다.

달러가 약해지자 다른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는 더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 안전자산에 돈이 쏠릴 조건이 충분한데, 달러 약세가 나타나자 금·채권을 찾는 투자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금 가격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며 이날 g당 5만2300원 선까지 올랐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금 가격은 전통적으로 달러와 금리의 함수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금 가격 상승은 교과서적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에도 다소 볕이 드는 모습이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주일간 1.7% 오르며 이날 2126.33에 마감했다. 달러 약세는 외국인 수급과 연결되기 때문에 국내 증시에는 긍정적이다. 김 연구원은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은 일반적으로 가격변동에 있어 역방향성을 보이지만 때로는 동반상승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번처럼 풍부한 시중 유동성이 상반되는 성격의 여러 자산시장을 넘나들며 가격변동의 주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경우”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당분간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오는 28~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이 즉각 협상을 이루긴 어렵겠지만, 우호적으로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신호를 보낼 가능성은 높다는 판단에서다. 하나금융투자는 환율 상승분이 빠져나가면서 3분기 1145원, 4분기 1135원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달러가 잠깐 약해졌을 뿐 다시 강해질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단기적으로는 연준의 완화 행보에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큰 유럽, 일본 등의 통화정책 완화 강도가 더 셀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며 “이 경우 하반기 달러인덱스가 100을 돌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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