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국회 본회의장에 의원들이 들어가 앉았다. 워낙 오래 비워둔 터라 24일 오전 본회의장 먼지를 청소하는 장면이 사진 뉴스로 보도됐다. 무려 80일 만에 파행을 끝내는 듯했던 이날 회의는 국회가 온전히 열린 것도, 그렇다고 안 열린 것도 아닌 기괴한 모습으로 진행됐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이낙연 국무총리는 나머지 4당 의원들만 참석한 반쪽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했다. 본회의 직전에 각 당 원내대표들이 모여 국회 정상화 합의문에 서명했으나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이를 거부했다. 몇 주째 ‘담판’이 무산되기를 반복하다 겨우 서명한 합의안은 불과 두세 시간 만에 물거품이 됐다. 4월, 5월 국회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았고 6월 국회도 하순에야 간신히 문을 열었는데 그마저 반쪽 신세다. 한바탕 해프닝이 돼버린 이날의 국회 정상화 소동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런 국회를 국민의 대의기관으로 계속 인정해야 하는가.

총리는 연설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의 처리를 당부했다. 여야 원내대표도 이를 7월 19일까지 처리하기로 합의문에 명시했지만 정상화가 미뤄지면서 다시 표류하는 처지가 됐다. 추경은 일찍 집행할수록 경제 견인 효과가 커서 시간이 생명이다. 원래 5월에 처리돼야 경제성장률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는데, 6월에도 처리하지 못해 또 달을 넘겼고, 이젠 7월에도 가능할지 알 수 없다. 6개월 전 패스트트랙에 오른 유치원 3법은 25일 교육위원회에서 법사위원회로 넘어간다. 절차에 따른 자동 상정일 뿐 교육위에선 이 법안을 한 번도 심의하지 못했다. 법이 정한 180일 시한을 아무것도 안한 채 흘려보냈다. 이런 식으로 국회에서 차일피일 미뤄지고 표류해온 법안이 1만건 넘게 쌓여 있다. 20대 국회는 역대 국회 중 가장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오명을 얻은 지 오래됐다. 이렇게 처참한 의정 성적표를 갖고도 의원들은 내년 총선에서 다시 표를 달라고 할 것이다.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저렇게 염치없는 이들에게 다시 국민의 대리인 자격을 줘야 하는가.

지난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과 한국당 지지율은 동반 하락했다. 상대 당 헛발질에 번갈아 반사이익을 누리던 수치가 나란히 주저앉았다. 파행 국회에 대한 염증이 반영된 것인데 이를 보면서도 여전히 정상 국회의 모습을 찾아가지 못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무노동 국회에 대한 국민의 질타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틈만 나면 민생을 말하면서 민생을 위한 일은 조금도 하지 않는 이들을 총선에서 심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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