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價性比)의 시대가 지나고 가심비(價心比)의 시대가 왔다. 조금 비싸더라도 마음에 흡족한 제품을 사겠다는 게 요즘 소비자들의 마음이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 1인 가구 증가 등 다양한 요인이 맞물려 나타나는 현상이다. 가심비 트렌드는 보수적인 경향을 띄는 가전제품 소비에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은 ‘성능이 좋고 저렴한’ 정도에서 구매를 결정했다. 디자인 같은 건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가전제품의 천편일률적인 디자인 때문에 ‘백색가전’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능 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으로 손색이 없는 프리미엄 가전제품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최근 가전 업체들이 내놓은 신제품은 형형색색 화려한 칼라에 인테리어를 고려한 수려한 디자인을 갖춘 제품이 많다. TV는 점점 커지고, 화질도 4K를 넘어 8K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한 집에 TV가 2대인 경우도 많다. 넷플릭스, 유튜브 같은 인터넷 기반의 동영상 서비스를 TV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부가기능을 원하는 사용자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레트로 열풍도 뜨겁다. 가깝게는 1970~80년대, 멀게는 1920~30년대의 정서를 재현하는 상품이 인기다. 그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은 이를 ‘뉴트로’(새로운 것+레트로)라고 부르기도 한다. 최근 익선동이 젊은층이 많이 찾는 명소로 급부상한 것도 뉴트로 트렌드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출시한 지 수십년 된 과자가 새 옷을 입고 나오기도 하고 기존 제품에 새로운 감각을 더해 소비층을 확대하려는 노력도 나타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도가 정착되고 여가 시간이 늘어나면서 아웃도어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일상복으로도 입을 수 있는 형태의 제품이 나오는 게 특징이다. 소비자의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라면 시장에서는 여름철을 맞아 다양한 비빔면이 출시되며 소비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요즘 소비자들은 기업이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 같은 결과물 뿐만 아니라 과정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누군가를 착취해서 제품을 만들지 않았는지, 원료를 얻는 과정에서 환경을 파괴하지 않았는지, 동물을 대상으로 비윤리적인 실험을 하지 않았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본다.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소비 뿐만 아니라 윤리적인 소비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에 맞춰 기업들도 ‘공정무역’ 등에 나서고 이를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기도 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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