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부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앞서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국회 정상화 합의문에 서명하고 발표까지 마쳤지만,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합의문 추인이 무산되는 바람에 한국당 의원들은 전원 본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권현구 기자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서명한 국회 정상화 합의문이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곧바로 거부되는 일이 벌어졌다. 여야 원내대표가 두 달여간의 파행 끝에 가까스로 정상화에 합의했지만, 한국당 반발로 2시간여 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한 상태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는 6월 임시국회 회기가 다음 달 19일까지 하는 것으로 의결됐지만 합의문대로 의사일정이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때문에 국회 정상화가 더 요원해졌다는 전망이 많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24일 오후 국회 정상화 합의문을 발표했다. 7월 11일과 17, 18일 추가경정예산안과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열고, 오는 28일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열어 논의를 시작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밖에도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대정부 질문 일정도 못 박았다.

문희상(왼쪽 두 번째) 국회의장이 24일 의장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왼쪽), 자유한국당 나경원(세 번째),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와 국회 정상화 관련 회동을 준비하고 있다. 3당 원내대표는 이후 합의문에 서명했지만,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추인이 부결돼 2시간 만에 없던 일이 됐다. 권현구 기자

하지만 합의 발표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합의문을 거세게 반대했다. 당내 반발에 부딪힌 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합의문은 의원들의 추인을 조건으로 한 합의였다. 의원들이 합의문에 대해서 조금 더 분명한 합의가 있어야 된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 당에서는 추인이 어렵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한국당은 기존 입장대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김현준 국세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와 상임위원회는 선별적으로 참석하고, 북한 주민들의 목선 입항과 관련한 국정조사는 계속 요구하기로 했다.


합의문의 효력을 두고 여야 입장은 엇갈렸다. 민주당은 합의문대로 6월 임시국회 일정을 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의사일정은 교섭단체 합의에 따르게 돼 있는데,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서명이 있기 때문에 합의문에 명시된 대로 회기가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합의 정신은 그대로 살아 있다. 법적 정상화의 길을 시작했기 때문에 모든 상임위와 소위 활동은 정상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오 원내대표는 “전체(합의)가 다 깨진 것이니까 어느 부분만 되고 안 되고를 얘기할 수는 없다”고 했다. 김정재 한국당 원내대변인도 “의사일정과 패스트트랙 모두 (다시) 협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한 채 진행된 시정연설에서 “이번 추경안이 국회에서 빨리 처리돼 차질없이 집행되면 경제성장률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늦어도 7월부터는 추경을 집행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가까스로 시정연설은 마쳤지만, 한국당의 합의문 추인 거부로 추경 심사는 당분간 표류할 전망이다.

패스트트랙 논의도 원점으로 돌아갔다. 여야 3당 교섭단체는 합의문에서 “선거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은 각 당의 안을 종합해 논의한 후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한다”고 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초 합의문에는 한국당이 요구한 경제토론회를 문희상 국회의장 주관의 경제원탁토론회로 열기로 했지만 이 역시 불투명해졌다.

심희정 신재희 김용현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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