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왼쪽 두 번째) 국회의장이 24일 의장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왼쪽), 자유한국당 나경원(세 번째),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와 국회 정상화 관련 회동을 준비하고 있다. 3당 원내대표는 이후 합의문에 서명했지만,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추인이 부결돼 2시간 만에 없던 일이 됐다. 권현구 기자

자유한국당이 24일 의원총회에서 국회 정상화에 대한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안 추인에 실패하면서 취임 6개월을 맞은 나경원 원내대표 리더십이 큰 상처를 입었다. 나 원내대표는 “의원들의 추인을 전제로 한 합의안이었기 때문에 (의총에서 부결된) 합의안은 무효”라고 말했지만, 자신이 서명한 안이 소속 의원들에게 ‘비토(거부)’된 것이어서 위상이 급추락할 전망이다.

나 원내대표는 오후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합의안 발표 직후 국회에서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합의안 추인을 시도했다. 하지만 대다수 의원은 “합의안 내용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합의안 부결과 재협상을 요구했다. 특히 합의안 중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제 개혁안과 관련해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한다’는 합의안 내용에 대해 “구속력이 부족하다”는 반발이 많았다.

영남 지역 한 의원은 “나 원내대표 스스로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혁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의회 폭거’라고 말해놓고 선거제 합의 처리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에 복귀한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한 재선 의원은 “합의안 내용은 명분과 실리 두 가지 모두 부족하다”고 혹평했다. 패스트트랙 대치 과정에서 소속 의원과 보좌진을 상대로 제기된 무더기 고소·고발 사건의 취하를 못 끌어낸 점에 대한 성토도 적지 않았다.

나 원내대표가 당내 추인을 거치기 전 합의안에 서명한 것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한 중진 의원은 “통상 원내 지도부가 합의안을 만들 때 서명은 하지 않은 잠정 합의안 상태에서 추인을 거쳐 최종 합의에 이르는데 나 원내대표가 다소 경황이 없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른 중진 의원도 “나 원내대표는 합의안이 무효라고 했지만, 문희상 국회의장이 이미 7월 임시국회 일정을 선포한 마당에 무효를 주장해봐야 먹히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일각에서는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 출구전략 없이 강경 노선으로 치달은 것이 사태를 키웠다는 해석도 나온다. 리더십에 흠집이 난 나 원내대표가 과거 2014년 세월호 특별법 협상 때 당내 거센 반발로 끝내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박영선 현 중소기업벤처기업부 장관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다만 한국당 다수 의원들은 “의총에서 일단 원내지도부 재신임이 중론이었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과 재협상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양당 지도부가 재협상에 임할지는 미지수다.

이종선 이형민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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