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 전망치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실상 0%대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지난 4월 올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4%에서 1.1%로 하향 조정했었다. 현재 물가 동향을 고려해도 1.1%는 퍽 높은 수치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0.6%에 머물고 있다.

이는 한은이 한은법에 따라 정부와 협의해 설정한 물가안정목표인 2%(올해 현재)에 비하면 더욱 낮은 수치다. 체감물가가 높아진다는 소비자들의 토로를 감안하면 물가상승률이 낮게 유지되는 건 일견 바람직한 현상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지난해보다 3% 이상 하락한 국제유가, 개선된 농산물 수급, 무상교육 확대, 온라인 거래 확산 등도 낮은 물가상승률의 원인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낮은 물가상승률은 이와 동시에 경기 활력이 떨어지고 기업 투자가 위축되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 총재도 “수출과 투자가 감소하고 소비 증가세가 둔화돼 성장세가 주춤한 모습을 보임에 따라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압력이 약화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물가안정 목표인) 2%가 되면 달성이고 아니면 못한 것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중기적 시계에서 그 목표수준에 근접하도록 정책을 운영한다는 것”이라면서도 “목표수준에 수렴하는 속도는 당초 예상에 비해 완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 동력을 찾기 어려워진 가운데 0%대 저물가가 장기화하면서 산업계에서는 가격 하락이 생산 저하로 연결되는 ‘디플레이션 공포’가 언급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시장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을 기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조동철 금통위원이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시점”이라며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냈었다.

다만 이 총재는 금리 인하를 시사하기보다는 원론적인 진단을 했다. 그는 “(물가가) 목표를 밑돌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도 있고, 0%대 물가가 불편하다고 해서 부작용도 초래되는 초완화적인 정책을 펴는 것은 재고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조금 내린다고 해서 과연 물가가 목표 수준만큼 올라줄 것인가 하는 문제는 한은의 오랜 고민거리였다. 기준금리보다는 공공요금의 인상 여부가 오히려 물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느냐는 토로도 회자됐다.

이 총재는 “이번주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 산업활동 동향과 실물경제 지표를 더 지켜봐야 정확한 성장 흐름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대외 요건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좀 더 지켜본 뒤에 통화정책 방향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반도체 경기에 대해서는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우호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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