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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대가 비어간다] 캠퍼스 팔고 이전하고… 몸집 줄이기로 활로 모색

<3·끝> 미국선 위기 타개 어떻게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 풀러신학교가 재정난을 겪다 지난해 캠퍼스를 매각한 뒤 이전을 결정했다. 사진은 패서디나 캠퍼스의 정문 모습(왼쪽)과 이전할 포모나의 은행 건물 전경. 국민일보DB

미국 신학대들의 위기는 한국보다 빨리 찾아왔다. 교세 감소에 따른 신입생 감소는 20여년 전에 시작됐다. 캠퍼스 이전과 합병 등을 통해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외국 유학생 유치에도 나섰지만 비자 문제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의 풀러신학교는 지난해 캠퍼스를 매각했다. 동쪽으로 48㎞ 떨어진 소도시 포모나의 한 은행 건물을 매입해 이전을 준비 중이다. 만성적인 재정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10년간 대학은 패서디나 곳곳의 부동산을 매입했다. 하지만 5년 전부터 재정난이 심해지자 호시절 구입했던 건물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캠퍼스 이전이라는 초강수까지 둔 것이다.

미국의 초교파 신학대들은 한국처럼 등록금 의존도가 높다. 풀러신학교도 마찬가지다. 재학생 감소가 위기를 불렀다. 전미신학교협회(ATS)는 지난해 풀러신학교 재학생을 2788명으로 추산했다. 2004년 재학생이 4128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2.5%나 줄어든 셈이다.

한인 목회학박사 과정 지원자가 급감한 것도 재정난을 가중시킨 요인이었다. 매년 100명 이상 입학하던 한국인 유학생의 발길이 뜸해진 건 2014년부터다. 신학 전공자들의 미국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진 게 이유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크 래버튼 풀러신학교 총장이 주한미국대사관을 두 차례나 방문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결국 한국에 개설했던 한인 목회학박사과정 사무소를 폐쇄했다.

이 학교에 근무했던 A목사는 25일 “땅값이 비싼 패서디나 캠퍼스를 매각하면서 상당한 현금을 확보했겠지만,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는 운영 방식을 개선하지 않으면 또다시 위기에 빠질 것”이라며 “미봉책이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나마 사정이 나았던 교단 산하 신학교도 흔들리고 있다. 이들 신학대는 학생들에게 넉넉히 장학금을 줄 만큼 재정이 튼튼했다. 하지만 로스앤젤레스 근교에 있는 클레어몬트신학대가 2017년 6월 오리건 윌라메트대와 합병을 발표하는 등 교세 감소의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다. 이 대학은 미국연합감리교(UMC) 소속이다.

당시 제프리 콴 총장은 동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심각한 재정 위기에 직면해 어쩔 수 없이 합병을 결정했다”며 이해를 당부했다. 그해 7월에는 1807년 설립된 보스턴 앤도버뉴튼신학대도 예일대와의 통합을 발표해 충격을 줬다.

미국의 신학대생 감소 현상은 전반적인 추세다. ATS는 2009년부터 10년 동안 미국 전역의 신학생 수가 급감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 547명에서 117명으로 감소한 샌프란시스코신학대, 1249명에서 1079명으로 줄어든 리폼드신학대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 감리교신학대 B교수는 “한국의 신학대들도 미국 학교들처럼 캠퍼스 매각이나 이전 같은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때가 곧 올 것으로 본다”면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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