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뉴시스

미국의 상위 0.1% 부자들이 자신들에게 부유세를 부과하라고 대선 주자들에게 전격 제안했다. 2020년 미 대선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번 제안은 큰 반향을 일으킬 전망이다.

억만장자인 투자전문가 조지 소로스(사진) 등 19명은 24일(현지시간) 공화당과 민주당 대선 주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1%의 미국인 부자 중 10분의 1에 해당하는 최고 부호인 우리에게 부유세를 부과하는 방침을 지지해 달라”고 밝혔다.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크리스 휴스, 하얏트호텔 체인 상속자 리젤 프리츠커 시먼스, 월트디즈니 가문의 애비게일 디즈니 등도 서한에 서명했다.

이들은 “새로운 세수는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이 아닌 가장 부유한 사람들로부터 나와야 한다”며 “부유세는 미 경제를 개선시키고 공정한 기회를 창출하며 민주주의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상위 0.1%에 해당하는 부자들이 90% 이상의 국민들이 가진 것보다 훨씬 많은 자산을 획득한 상황이라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대다수 미국 국민들은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억만장자들은 서한에서 부유세가 구체적으로 어디에 사용돼야 할지도 제안했다. 이들은 기후변화 해결과 보편적 보육 시스템,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경감, 저소득층 대상 세제 혜택 등에 부유세에 따른 세금이 우선 투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35세로 서한에 참여한 부호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시먼스는 “부유세 부과는 오랫동안 논의됐던 문제지만, 이제 정말 때가 됐다”고 말했다.

대선을 1년4개월 앞둔 미국에선 경제적 불평등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최근 30년간 소득 하위 50%의 총자산은 9000억 달러 줄었지만, 상위 1%의 경우 21조 달러 늘어났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자산이 5000만 달러(약 577억7500만원) 이상인 가구에는 연간 2%, 10억 달러(약 1조1550억원)가 넘는 경우에는 3%의 세금을 부과하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미 역대 최연소 여성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29)는 지난 1월 “연소득이 1000만 달러(약 115억원) 이상인 사람에게 최고 소득세율 70%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부유세 논의에 불을 지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대선 유세에서 부유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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