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우연히 마주친 뒤 악수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밝은 표정인 반면 나 원내대표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뉴시스

국회 정상화 합의문 번복을 계기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입지가 현저히 좁아지고 있다. 나 원내대표가 강한 투쟁력과 원내 협상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야 하는 ‘야당 원내대표의 숙명’으로 인해 결국 궁지에 몰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영남 지역 한 의원은 25일 “당내에서야 다시 협상하라고는 했지만, 협상 상대인 더불어민주당이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로서도 나 원내대표와 다시 협상하기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나 원내대표가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협상이 물꼬를 트지 못하면 자칫 9월 정기국회 개회까지도 일부 상임위만 선별적으로 들어가는 ‘어정쩡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나 원내대표의 합의문 추인 불발 사건이 야당 원내대표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야당 원내대표는 원내 투쟁을 진두지휘하는 야전사령관인 동시에 국회 내 주요 협상을 책임지는 외교관 역할까지 하는 위치”라며 “투쟁을 잘 못해도 욕먹고 협상을 유리하게 타결 짓는 정치력을 못 보여줘도 욕먹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실제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원내대표를 맡았던 박영선 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당내 대표적인 ‘여전사’로 꼽혔지만,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에서 당내 비판에 부닥치면서 취임 5개월 만에 중도 사퇴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한국당 원내대표로서 당을 최악의 위기에서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는 정우택 의원도 임기 막바지인 2017년 12월 예산안 협상 결과로 인해 숱한 당내 비판에 시달렸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잇따른 사보임 논란으로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거센 사퇴 요구를 받고 결국 물러났다.

나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과 패스트트랙 정국 투쟁 과정을 거치며 ‘나다르크’(나 원내대표와 잔다르크를 합성한 말)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대여투쟁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지난 24일 국회 정상화 합의문 추인 불발로 지도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한 중진 의원은 “지금으로서는 여당이 손을 내밀지 않으면 분위기가 다시 강경해질 수밖에 없다”며 “아이러니하게도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손에 나 원내대표의 명운이 달렸다”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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