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전 계투로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1사구 무실점. 이 기록은 역사에 남게 됐다. 투구의 주인공이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정식 야구부가 있는 학교를 나오지 않은 ‘비선수 출신(비선출)’ 한선태(25·LG 트윈스·사진)였기 때문이다(국민일보 7일자 22면).

전날까지 LG의 육성선수 신분이던 우완 한선태는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LG 1군에 등록되며 명실상부한 정식선수가 됐다. 류중일 LG 감독은 이날 한선태의 1군 등록이 ‘큰 결단’이 아니냐는 질문에 “아니다. 2군에서 좋다는 보고를 계속 받았는데 실제로 보니 공이 힘 있게 들어가더라”며 “편안한 상황에서 등판 시키겠다”고 설명했다.

류 감독의 말은 사실이었다. 한선태는 이날 팀이 3-7로 뒤진 8회초 계투로 등판했다. 한선태는 첫 타자인 이재원에게 안타를 맞은 직후 안상현에게 3개 연속 볼을 던지는 등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곧바로 투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2루 땅볼을 유도해 병살을 잡아냈다. 이어 김성현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줬지만 고종욱을 1루 땅볼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최고구속은 145㎞에 달했다. 아주 무난한 데뷔전이었다. 만면에 웃음을 띠고 덕아웃으로 돌아온 한선태는 자신의 소중한 데뷔전 공을 챙겼다.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야구를 잘 몰랐던 한선태는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보고 나서 친구와 캐치볼을 시작했다. 고교 야구부에도 입부 원서를 냈지만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그를 받아줄 고교야구부는 없었다.

그럼에도 야구선수의 꿈을 놓지 않은 한선태는 병역을 마치고 독립구단 파주 챌린저스에 입단했다. 챌린저스에서 언더핸드에서 사이드암으로 전향한 뒤 구속이 크게 늘어 프로에서도 경쟁력 있는 속도(146㎞)를 만들었다. 이후 한선태는 챌린저스를 나와 일본 독립구단에서 뛰다 지난해 드래프트 신청서를 냈다. 지명은 기대하지 않고 참가에 의의를 뒀지만 거의 마지막 순번인 2차 10라운드 95번째에 그의 이름이 불렸다.

노력과 열정은 한선태를 외면하지 않았다. 그의 직구가 중고교시절 걸출한 활약을 펼치고 프로에 지명된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한선태는 올 시즌 2군 19경기에 나서 평균자책점 0.36을 기록했다. 한선태는 “프로 입단 뒤 밸런스가 좋아지며 제구가 잡혀 짧은 시간 동안 많이 성장했다”며 “코치님들께서 내게 전날 나온 작전 상황 등 계속 질문을 던지시기에 많은 경기를 챙겨봤다”고 전했다. 2군이라고 해도 0점대 평균자책점은 특출난 성적이다. 결국 한선태는 꿈에 그리던 1군 데뷔에 성공했다.

한선태는 경기 전 인터뷰에서 “전날에는 정말 긴장됐는데 이제는 괜찮다”며 “다들 친근하게 대해주셔서 재미있다”며 웃었다. 또 “즐기는 게 가장 먼저다. 부담을 느끼면 잘 하던 것도 잘 안된다”며 “배우는 마음으로 임하면서 궁금한 게 있으면 주위에 계속 물어보는 습관을 들이겠다”고 다짐했다.

2군 올스타 선발과 연말 정식 선수 등록이 목표였던 한선태지만 이제는 목표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한선태는 “1군에 올라온 이상 최대한 오래 남아있고 싶다”며 “올 시즌 끝날 때까지 2군으로 내려가지 않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가장 상대하고 싶은 선수는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 선수”라고 답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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