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오른쪽) 통일부 장관이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함께 회의에 참석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근신설이 제기됐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정치적 위상이 오히려 격상됐다고 국가정보원이 분석했다.

국정원은 25일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에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북 결과를 보고하면서 “(공개된) 사진을 보면 김 제1부부장이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나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과 같은 반열에 있다”며 “역할 조정이 있어 무게가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지난해부터 김 위원장을 근접 보좌했던 김 제1부부장의 역할은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겸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맡게 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과거 김여정이 하던 현장 행사 담당을 하고 있다”며 “휴대전화를 들고 동선을 챙기는 사진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자리에 오른 최룡해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넘버 투’(2인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북·미 협상을 주도했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은 위상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시 주석 방북 당시 환영행사에 등장하긴 했지만 정상회담에서는 빠져 있어 위상이 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환영행사 당시 자리 배치를 보면 리용호 외무상 좌석이 그보다 서열이 높은 당 부위원장의 앞자리에 있었다”며 “외무성의 위상이 올라갔고, 외무성 그룹이 대외 현안을 주도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지난 20~21일 있었던 시 주석 방북으로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실추될 수 있었던 많은 부분을 만회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시 주석의 방북 이유에 대해서는 “홍콩 시위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결정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당초 7월 방북을 검토하던 중국이 홍콩 시위가 격화되고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감안해 방북 시기를 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또 북한이 최초로 ‘국빈방문’이라는 형식을 갖췄다고 밝혔다. 과거 중국 최고지도자의 방북은 공식 친선방문이었는데, 이번에 국빈방문이라는 형식을 차용함으로써 정상국가 이미지를 부각하려 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경제·군사 분야 장관급 인사가 시 주석을 수행했고, 펑리위안 여사를 대동한 것 등이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북·중 정상회담 협의 내용과 관련해서는 “경제 협력과 함께 군사 분야 공조 방안도 논의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경제와 군 관련 인사가 배석했다는 사실로 미뤄볼 때 대북 제재의 틀 안에서 민생 지원에 초점을 두고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규모 시설투자 등의 관광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식량지원·비료지원·원유지원·관광 등이 대북 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현재 정세 아래 긴밀히 공조하기로 공감대를 이루고 상호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시 주석의 방북이 비핵화 회담에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방한 전 남북 정상회담은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서 “낙관적 전망이 어렵다”고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현재 시점에선 그런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최승욱 박재현 김용현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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