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여행 중 동양인을 만난다면 십중팔구 중국인일 가능성이 크다. 유커(游客)도 적지 않지만 현지에 체류하는 중국인이 많아서다. 현재 아프리카에 체류 중인 중국인은 약 2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현지에 설립한 기업이 1만개가 넘고, 곳곳에 차이나타운이 들어섰거나 들어서고 있다.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은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됐다. 중국이 2005년 이후 사하라사막 남쪽 아프리카 국가들에 투자한 금액은 2970억 달러(약 343조5400억원)에 이른다. 과장을 조금 섞어서 아프리카에 깔린 대부분의 도로와 철도를 중국이 건설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중국이 지어준 랜드마크 또한 셀 수 없을 정도다.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미국 이상이다.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중국 의존도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중국이 부채를 회수하면 부도날 국가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이를 바라보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중국이 부채를 이용해 아프리카 국가들의 목줄을 쥐락펴락하는 ‘부채외교’를 하고 있다는 거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 정부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중국의 바람과 요구에 사로잡히도록 부채를 전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했었다.

최근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 사무총장에 취동위 전 중국 농업농촌부 부부장이 선출됐다. 그는 194개국이 참여한 투표에서 108표를 얻어 여유 있게 당선됐다. 유럽을 등에 업은 프랑스의 카트린 주슬랭 라넬르 전 유럽식품안전국장이 71표, 미국이 전폭적으로 민 다비트 키르발리드체 전 조지아 농업부 장관은 고작 12표를 얻는 데 그쳤다. 국제무대에서 족탈불급의 슈퍼파워 행세를 하던 미국의 외교가 중국 외교에 보기 좋게 한 방 먹었다.

취동위의 당선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몰표 덕택이다. 중국 정부가 이 지역에 공들인 덕을 이번에 톡톡히 봤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아프리카 40여개국 정상을 베이징에 불러모아 연 ‘중·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에서 “의(義)와 리(利)를 겸하되 의를 우선할 것”이라고 양자관계를 설명했다. 의(義)만 내세우고 리(利)를 주지 않았어도 아프리카 국가들이 몰표를 줬을까.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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