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공정했던 국회가 24일 문을 열었지만 자유한국당이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 정상화 합의를 의원총회에서 부결시키는 바람에 파행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당은 북한 목선 입항, 붉은 수돗물 사태, 인사청문회 등을 다룰 상임위원회에만 선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래서는 민생 법안 심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가 없다. 여야 정당의 정치력 부재와 무책임이 빚어낸 부끄러운 모습이다. 시급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데도 여야가 자기 주장만 고집하며 본연의 책무를 방기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국회 파행의 가장 큰 책임은 한국당에 있다. 한국당은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의 패스트트랙(긴급처리안건) 지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무리한 요구다. 여야 4당은 한국당이 법안 논의에 참여하면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한다며 5당 합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런데도 패스트트랙 철회를 선결조건으로 요구하는 것은 아집이고 독선이다. 오죽하면 중립적인 입장을 보여 온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마저 “국회 파행의 책임은 온전히 한국당이 져야 할 몫”이라고 했을까.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한국당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합의문에 기초해 국회법 절차에 따라 6월 임시국회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28일 본회의를 열어 각 상임위원장과 예결위원장을 선임하겠다는 것이다. 패스트트랙 법안을 다룰 정개특위와 사개특위는 이달 말 임기가 끝나기에 임기 연장이 불가피하다. 추가경정예산안을 다룰 예결특위 구성도 서둘러야 한다. 한국당이 임기 연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다른 4당 정개특위 위원들은 선거법 개정안을 표결 처리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기겠다고 한다. 다른 정당들이 수용할 리 없는 패스트트랙 철회를 요구하며 국회 정상화를 외면하는 것은 명분도 실리도 잃는 하책이다. 당리당략에 빠져 민생을 아랑곳하지 않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만 키울 뿐이다. 한국당 지도부는 조건 없는 등원을 주장하는 당내 일각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민주당은 한국당에만 책임을 돌리지 말고 법안을 5당 합의로 처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여야 지도부의 정치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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