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산고의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 문제는 오랫동안 대립해온 두 교육철학이 충돌한 사건이다. 우수한 인재 양성을 강조하는 수월성 교육론과 격차 해소에 초점을 맞춘 평준화 교육론이 논쟁의 배경에 있다. 수월성 진영은 자사고가 교육의 다양성을 살려준다며 옹호하는 반면 평준화 진영은 고교 서열화와 입시 경쟁을 부추긴다고 비판한다. 정반대 주장을 펴지만 두 논리는 공통된 전제를 가졌다. 현재 공교육에 문제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쪽은 자사고 폐지를 하향평준화라 공격하고 다른 쪽은 일반고 살리기라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양쪽 다 인정하는 고교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자율이냐 보편이냐 하는 철학 논쟁보다 시급하고 중요하다. 공교육 수준을 높여 정상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논의돼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여기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사고를 없애면 공교육이 나아지는가. 자사고가 사라지면 고교 서열도 사라지는가.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입시 경쟁이 해소되고 사교육비도 줄 것인가. 그렇다고 동의하기 어렵다.

부동산 시장에선 벌써 자사고 폐지에 따른 강남 전셋값 상승효과를 논하고 있다. 자사고가 없어지면 ‘8학군’의 가치가 되살아나 이주 수요도 크게 늘 거라고 전망한다. 배경에는 자사고가 사라진다 해서 자사고에 가는 이유까지 사라지진 않는다는 교육 소비자들의 생각이 깔려 있다. 자사고 폐지론의 한 축은 고교 서열화가 심화됐고 그 서열의 맨 앞에 자사고가 있으니 자사고를 없애자는 것인데, 현장에선 이미 자사고 이후의 새로운 서열을 그리는 중이다. 까닭은 대학입시에 있다. ‘입시 명문고’란 기이한 타이틀은 언제나 있었고 역대 어떤 교육정책도 입시 경쟁을 완화하지 못했다. 자사고가 입시 경쟁을 부추긴다지만 자사고 이전의 평준화 시절에도 늘 과도한 입시 경쟁이 문제였다. 이것은 고교체계를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학생이 부족해 대학 정원을 줄이는 판에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입시 경쟁은 몇몇 대학 간판이 아니면 살아남기가 힘들어지는 사회경제 구조에 원인이 있다. 고교정책이나 입시정책만으론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를 놓고 자사고 폐지가 해법인양 논쟁하는 건 난센스다.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갈등만 생산해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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