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 측 류기정(왼쪽) 위원과 근로자 측 이성경 위원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장미꽃을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해 업종별 차등지급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예년처럼 전체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위의 사용자 위원 측은 이 원칙에 불만을 표시하며 퇴장했다. 이들은 27일 예정된 회의도 보이콧하기로 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5차 전원회의를 열고 최저임금 결정단위와 사업의 종류별 구분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최저임금 결정단위는 시급과 월 환산액을 병기하는 안으로 표결에 부쳐 찬성 16명, 반대 11명으로 가결됐다. 이어 사업의 종류별 구분 적용(업종별 차등적용) 안건이 표결에 부쳐져 찬성 10명, 반대 17명으로 부결됐다.

이는 모두 노동계가 원하는 방향이다. 국내에선 1988년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 첫해만 업종별 최저임금이 차등 적용됐지만 이듬해부터는 모든 업종에 동일한 최저임금이 적용돼 왔다. 그러나 경영계는 지난 2년간 최저임금 인상 폭이 매우 컸다는 이유로 내년도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할 것을 요구해 왔다. 예컨대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등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은 최저임금을 다른 업종보다 낮게 정해 업주들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표결에서 결국 이 안건은 통과되지 못했다.

앞서 이날 회의에서도 양측은 이 문제로 충돌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오늘은 최저임금 결정단위, 종류별 구분적용 논의를 마무리하고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으면 한다”고 했다. 하지만 곧바로 노동자 위원인 청년유니온 김영민 사무처장이 “5일 동안 거리에서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아 엽서를 받아 왔다”며 위원장에게 이를 전달했다. 이 엽서엔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반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자 사용자 위원인 김영수 한국시계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이 “이건 최저임금위원회와 관계없는 일 아니냐”고 항의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양측이 요구하는 최저임금 격차는 더 벌어졌다. 사측은 동결을 넘어 마이너스를 요구할 계획이다. 특히 업종별 최저임금 카드를 노측에 양보한 모양새이기 때문에 소위 ‘기브 앤드 테이크’가 있어야 된다고 노측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측은 최저임금 마이너스 요구안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강훈상 한국노총 대변인은 “저임금 노동자를 죽이는 것”이라며 “추후 협상과정에서 반드시 이를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김형석 대변인도 “솔직히 마이너스 요구안을 가져올지는 예상 못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에 자극받은 노측이 당초 생각한 1만원보다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측은 1만원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었다. 현재 시급이 8350원인 것을 감안하면 19.8%의 인상률이다. 민노총 김 대변인은 “노동자간 임금격차가 심하면 사회와 고용 양극화가 이뤄진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번에 최소한 만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측이 27일 열리는 제6차 전원회의에 불참키로 하면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최저임금 결정 법정기한을 넘기게 됐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장관은 매년 3월 31일까지 최저임금위에 다음 연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해야 하고, 최저임금위는 90일 이내에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해야 한다. 고용부 장관이 심의를 요청한 3월 29일에서 90일째 되는 날이 27일이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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