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공화당(구 대한애국당) 지지자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재설치된 천막에서 전날 서울시의 철거 행정대집행을 비난하는 플래카드를 건 채 연좌농성하고 있다. 뉴시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랜드마크인 광화문광장이 정치선전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우리공화당(옛 대한애국당)이 철거된 불법 천막을 또다시 기습 재설치하며 통배짱을 부리고 있어서다. 우리공화당은 26일 오전까지 광화문광장에 정치투쟁용 불법 천막 8동 설치를 완료했다. 전날 서울시에 의해 기존 천막 2동이 강제철거를 당하자 천막 수를 3배 이상 늘린 것이다.

앞서 서울시는 25일 오전 5시쯤 서울시 직원·용역·경찰·소방인력 2270명을 동원해 우리공화당 천막 2동을 철거했다. 그러나 우리공화당은 서울시의 철거집행 6시간 뒤 철거된 자리뿐 아니라 지하계단 옆까지 천막 8개동을 다시 설치했다.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주변에선 불법 천막에 자리잡은 이 당 당원과 지지자들의 집회로 어수선했다. 그 옆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시 당국은 거듭되는 우리공화당의 불법 천막 설치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6일 KBS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나와 “개별적으로 연대책임을 묻고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의 월급 가압류를 신청할 것”이라며 “끝까지 받아낼 생각”이라고 밝혔다. 철거비용은 기존 천막 2동 분만 2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박 시장은 우리공화당이 철거 이후 다시 천막을 친 것에 대해 “행정대집행 절차를 (다시) 꼭 거칠 수밖에 없다”면서도 “철거 과정에서 보인 폭력적 행태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다. 참여한 모든 사람을 특정해서 형사고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서울시는 이날 우리공화당 조 대표 등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상해, 폭행, 국유재산법 위반, 집시법 위반 등 혐의로 종로경찰서에 고발했다. 행정대집행을 하던 시 공무원과 철거용역 인력들을 폭행하고 국유재산인 광화문광장을 사용하면서 사전에 시의 허가를 받지 않았으며 집회신고서를 경찰서장에게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우리공화당은 지난달 14일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원상 복구명령에 대해 “헌법상 집회의 자유가 있다”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집행정지신청 및 행정심판청구를 했다가 기각됐다.

우리공화당 측이 2014년 세월호가족협의회가 같은 곳에 설치한 추모 천막과의 형평성문제를 제기하지만, 서울시는 “세월호 추모 천막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고 있다. 박 시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공화당 천막은 당시 박근혜정부가 발표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지원책 이후 설치됐다”면서 “둘을 비교한 건 하늘과 땅 차이다. 우리공화당은 아무런 절차없이 천막을 쳤고, 광화문광장은 정치적 집회가 원천 금지돼 있는 곳”이라고 꼬집었다. 세월호 추모 천막은 14개동이었고, 이 가운데 서울시의 허가를 받지 않은 건 3개동에 불과했으며 서울시는 이에 대해 1800여만원의 변상금을 받았다.

서울시는 재설치된 천막 8개동을 철거하기 위한 행정대집행 계고서를 우리공화당 측에 이날 전달했다. 시는 우리공화당이 27일 오후 6시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다시 강제철거에 들어갈 방침이다.

하지만 우리공화당이 자진철거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당측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광화문광장과 이 천막을 정치선전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우리공화당 당원 200여명은 이날 오후 서울시청 신청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갖고 박 시장의 사퇴를 주장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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