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에쓰오일 복합 석유화학시설 준공 기념식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함께 홀로그램 영상 시작 버튼을 누르고 있다. 양국은 이날 10조원 규모의 경제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뉴시스

방한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의 자주국방을 벤치마킹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를 위해 한국 국방과학연구소(ADD) 모델을 사우디에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가 한국의 무기 개발 연구소를 본떠 자체적인 무기 개발 기술력을 키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는 그의 방한을 계기로 ‘사우디판 ADD’를 세우는 데 필요한 컨설팅과 관련 인력 파견, 무기 시험장을 비롯한 인프라 구축 노하우를 제공하는 협의가 구체화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소식통은 26일 “빈 살만 왕세자는 ADD와 같은 조직이나 기관을 만드는 데 상당한 관심을 표한 것으로 안다”며 “충분한 자금력을 확보한 사우디는 지금까지 주로 완성된 무기를 수입했지만 앞으로는 우리 기술 인프라를 도입해 스스로 무기를 개발하는 데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사우디 측은 국방기술력이 빈약했던 한국이 자체 기술로 상당한 수준의 무기를 만드는 것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사우디가 한국을 모델로 자주국방 역량을 키우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DD는 1970년 국방과학연구소법에 따라 설립된 국방부 산하 정부출연기관이다. 국방력 강화에 필요한 미사일, 전차를 비롯한 무기와 물자에 대한 연구·개발을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K-9 자주포, 지대공 유도미사일 천궁, 탄도미사일 현무 등 국산 무기 개발에 성공했다.

사우디 부총리와 국방장관을 겸하는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우디 왕위 계승자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1998년 압둘라 왕세제 이후 21년 만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27일 ADD를 직접 방문해 관련 시설을 둘러보고 무기체계 개발 과정에 대한 설명을 청취할 예정이다. 이번 방한으로 국산 무기 수출 판로가 열릴 가능성도 크다. 압둘라 빈 반다르 국가방위부 장관, 무함마드 알 트와이즈리 경제기획부 장관 등 주요 각료와 함께 방한한 점에 비춰 구체적인 무기 계약 협의가 진행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사우디는 세계 최대 무기 수입국이다.

다만 중동 국가와의 무기 관련 계약이 성사되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린다. ‘ADD 모델’을 사우디에 수출하는 계약의 경우 어느 수준까지 한국의 기술 노하우를 이전할지를 정하는 협상뿐 아니라 사우디와 주변국 간 마찰 가능성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앞서 정부는 사우디와의 합작투자를 통해 자주포와 전차를 사우디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고 관련 기술을 이전하는 방안 등을 등을 추진해 왔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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